본문 바로가기
2023.12.28 15:05

한소끔과 한 움큼

조회 수 3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소끔과 한 움큼

신혼 시절, 찌개라도 한번 끓이려면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너 댓 번은 했다. “뭉근하게 오래 끓여야 맛이 우러난다.” “그건 팔팔 끓여야 되는 거야.” “한소금 끓으면 바로 건져내.” 불 조절이 요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때 다른 건 알겠는데 ‘한소금’이 얼마만큼인지는 정확하게 감이 오질 않았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거품이 한번 부르르 올라올 때까지’가 ‘한소금’이란다. 그런데 ‘한소금’을 사전에 찾으니 나오지 않는다. ‘한소쿰’ 혹은 ‘한소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소끔’이 표준어다.

‘한소끔’은 ‘한번 끓어오르는 모양’을 말한다. 조리법에서는 ‘새로운 재료를 넣은 뒤에 그 재료가 다시 한 번 끓을 정도의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밥이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야 한다’와 같이 쓸 수 있다. ‘한소끔’은 또 ‘일정한 정도로 한차례 진행되는 모양’이라는 뜻도 있다. ‘한소끔 잤다’라고 하면 ‘한숨 잤다’는 뜻이 된다. ‘한소끔 되게 앓았다’고 하면 ‘한차례 심하게 아팠다’는 뜻이다.

‘한 움큼’이라는 말도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이다. ‘움큼’의 발음이 쉽지 않기 때문인지 ‘웅큼’이라고 쓰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움큼’은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아이가 과자를 한 움큼 집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근거는 없지만 ‘움켜쥘 만큼’이 줄어서 ‘움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말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단어를 소리 내는 것만으로 신기하게도 모양이나 소리, 느낌까지 그대로 연상이 될 때다. ‘한소끔’과 ‘한 움큼’도 나에게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연구부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28738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0327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4Apr
    by 바람의종
    2007/04/24 by 바람의종
    Views 10884 

    할망구

  5. No Image 05Jan
    by 바람의종
    2008/01/05 by 바람의종
    Views 7159 

    할말과 못할말

  6. No Image 25Jul
    by 바람의종
    2010/07/25 by 바람의종
    Views 14145 

    할려고? 하려고?

  7. No Image 03Aug
    by 바람의종
    2010/08/03 by 바람의종
    Views 12658 

    할 일 없이 / 하릴없이

  8. No Image 07Jan
    by 風文
    2022/01/07 by 風文
    Views 764 

    할 말과 못할 말

  9. No Image 03Aug
    by 바람의종
    2009/08/03 by 바람의종
    Views 9514 

    할 게, 할게

  10.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15744 

    한풀 꺾이다

  11. No Image 23Apr
    by 바람의종
    2007/04/23 by 바람의종
    Views 6131 

    한통속

  12. No Image 02May
    by 바람의종
    2009/05/02 by 바람의종
    Views 8675 

    한테·더러

  13. No Image 12Mar
    by 바람의종
    2008/03/12 by 바람의종
    Views 8774 

    한터와 자갈치

  14. No Image 10Mar
    by 바람의종
    2010/03/10 by 바람의종
    Views 11353 

    한창과 한참

  15. No Image 23Apr
    by 바람의종
    2007/04/23 by 바람의종
    Views 8752 

    한참동안

  16. No Image 29Oct
    by 바람의종
    2008/10/29 by 바람의종
    Views 7744 

    한참, 한창

  17. No Image 22Jul
    by 바람의종
    2009/07/22 by 바람의종
    Views 9020 

    한잔, 한 잔

  18. No Image 26Apr
    by 바람의종
    2010/04/26 by 바람의종
    Views 12024 

    한자의 두음, 활음조

  19. No Image 19Jun
    by 바람의종
    2008/06/19 by 바람의종
    Views 7370 

    한자성어(1)

  20. No Image 09Jan
    by 風文
    2022/01/09 by 風文
    Views 788 

    한자를 몰라도

  21. No Image 19Sep
    by 바람의종
    2007/09/19 by 바람의종
    Views 10723 

    한약 한 제

  22. No Image 19Aug
    by 바람의종
    2010/08/19 by 바람의종
    Views 13841 

    한식 요리 띄어쓰기

  23. No Image 28Dec
    by 風文
    2023/12/28 by 風文
    Views 393 

    한소끔과 한 움큼

  24.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7/09/18 by 바람의종
    Views 10851 

    한성

  25. 한번과 한 번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