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묘사
목소리를 바꿔 가며 1인4역을 해 거액의 돈을 가로챈 사람이 최근 구속됐다고 한다. 전화 통화로 부동산중개업자, 감정평가원 직원 등 그때그때 목소리를 달리하며 건물주에게서 억대의 돈을 뜯어냈다고 하니 재주가 놀랍다. 이처럼 남의 목소리를 기막히게 흉내 내는 것을 '성대모사'라고 한다. 그러나 '성대묘사'로 잘못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터넷에는 '성대묘사'라는 말이 무수히 나온다. 신문에서도 '성대묘사'란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묘사(描寫)'는 소설.그림 등의 작품에서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옮기는 것을 뜻한다. '심리 묘사' '생생한 현장 묘사' 등과 같이 쓰인다. '모사(模寫)'는 사물이나 형체를 본떠 그대로 베껴 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원작의 모사에 불과하다" 등처럼 사용된다. '성대모사'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그대로 베낀 듯 흉내 낸다는 점에서 '묘사'가 아니라 '모사'다. '성대묘사'로 잘못 쓰기 십상인 것은 '묘사'와 '모사'의 뜻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한자나 예부터 전해 오는 한자 성어(成語)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이 밖에도 잘못 쓰기 쉬운 한자 성어로는 포복졸도→포복절도(抱腹絶倒), 산수갑산→삼수갑산(三水甲山), 야밤도주→야반도주(夜半逃走), 풍지박산→풍비박산(風飛雹散), 양수겹장→양수겸장(兩手兼將), 홀홀단신→혈혈단신(孑孑單身), 절대절명→절체절명(絶體絶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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