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10.27 08:49

커닝

조회 수 7793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커닝

얼마 전 우리나라 한 대학교에서 기말시험을 치르는데 일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이런 부정행위가 버젓이 벌어진다는 점에 적잖이 실망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시험 부정행위를 일컫는 말로 어르신들이 쓰시던 ‘칸닝구’라는 외래어가 있었다. 이는 일본의 외래어 ‘간닝구’(カンニング)를 받아들인 결과로 보이는데, 일본어 사전을 보면 이 말은 영어 ‘커닝’(cunning)이 원어이다. 그런데 영어 ‘커닝’에는 ‘부정행위’라는 뜻은 없고, ‘교활한’ 정도에 어떻게든 연결될 수 있는 뜻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일본어의 ‘간닝구’는 원래 영어에 없는 일본식 영어이다.

우리가 쓰던 ‘칸닝구’는 ‘러닝’의 일본식 영어 ‘란닝구’(ランニング)처럼 일본식 영어 냄새가 진하게 나는 부분인 ‘구’가 빠진 ‘칸닝’ 혹은 ‘컨닝’으로 쓰이다가, 요즘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커닝’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어색한 말이기는 매한가지다. 우리가 우리 식으로 만든 콩글리시도 아니고 일본식 영어이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저지르는 부정행위를 영어로는 ‘속이다’라는 뜻의 ‘치팅’(cheating) 또는 ‘치트’(cheat)라고 하며, 우리가 ‘커닝 페이퍼’(cunning paper)라고 부르는 것은 ‘치트 시트’(cheat sheet)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873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559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324
3124 탕비실 바람의종 2010.07.23 10380
3123 탓과 덕분 바람의종 2010.10.06 9587
3122 타산지석 바람의종 2010.03.10 10415
3121 클래식 바람의종 2010.03.17 11906
3120 큰 소리, 간장하다 風文 2022.10.04 881
3119 큰 바위 바람의종 2008.02.22 7405
3118 크리스마스나무 바람의종 2008.06.02 9969
3117 크레용, 크레파스 바람의종 2009.03.29 9029
3116 퀘퀘하다, 퀴퀴하다, 쾌쾌하다 바람의종 2012.05.09 33752
3115 쿨 비즈 바람의종 2010.05.07 10567
3114 쿠테타, 앰플, 바리케이트, 카바이드 바람의종 2009.06.11 8126
3113 쿠사리 바람의종 2010.04.26 11831
3112 쿠사리 바람의종 2008.02.19 10708
3111 콩깍지가 쓰였다 / 씌였다 바람의종 2012.11.06 40135
3110 콩글리시 風文 2022.05.18 762
3109 콧방울, 코빼기 바람의종 2009.04.14 11082
3108 코펠 바람의종 2010.03.03 12303
3107 코끼리 바람의종 2008.09.07 7394
3106 켄트지 바람의종 2009.07.23 6371
3105 커피샵 바람의종 2010.10.04 11436
3104 커브길 바람의종 2010.01.19 8158
» 커닝 바람의종 2009.10.27 77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