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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호칭 혁신

가족 호칭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여성과 관련된 몇 가지 호칭은 건강한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살펴보면 여성 호칭도 문제이지만, 여성이 사용하는 호칭도 문제이다. 왜 시동생을 ‘도련님’이라 해야 하느냐 하는 여성들의 불만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호칭 체계는 독립적 범주가 아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와 연동됐다. 가부장제도의 철폐 내지 약화 없이는 해결 난망이다. 가부장 사회에서 외가는 한 세대가 지나면 사라진다. 어린 시절에는 이모, 외삼촌과 가까이 지냈지만 그다음 세대에겐 또 새로운 외가가 생기게 되니 어느 자녀가 할머니 쪽 친정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호칭조차 마땅치 않다. 또 한 세대 지나면 아마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관계가 될 것이다.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요즘은 처가, 즉 아이들 외가의 도움이 없으면 육아 전쟁을 견디지 못한다. 아이들도 과거보다 더 외가에 친숙하다. 자연스레 친정의 발언권도 점점 강해질 것이다. ‘도련님, 아주버님’ 같은 일부 호칭만 문제 삼지 말고 우리의 친족 호칭 전체를 재구성할 용기가 필요하다. 아버지 항렬은 모두 ‘큰아버지/작은아버지’로, 어머니 항렬은 모두 ‘큰어머니/작은어머니’로 간단히 하고, 같은 항렬에서는 이름에 붙여서 ‘아무개씨’ 정도로 과감하게 낡은 제도와 작별을 고할 준비를 해야 한다.

가부장적 친족 제도는 더 이상 미풍양속도 아니고 민법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이제는 단출한 핵가족을 중심으로, 나머지는 ‘혈연을 나누었으나 독립적인 개인’의 합리적 관계로 만족해야 한다. 친족 내부의 ‘상부상조’와 ‘품앗이’는 사회보장과 복지 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게 옳다. 그것이 미래의 우리 사회를 제대로 ‘통합’할 수 있는 문화 혁신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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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외래어

외래어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국제 교류를 정상적으로 하는 사회치고 외래어가 없는 곳을 찾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어떤 외래어를 선호하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관심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기 높은 외래어인 영어는 새로운 분야, 새로운 상품이나 문물, 혹은 풍조를 표현하는 데 많이 쓰인다. 곧 세속에서 영어는 늘 새로운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종종 ‘사이비 새로움’도 있기는 하다. 이와 달리 일본어나 일본식 발음 외래어의 느낌은 또 다르다. 오랫동안 일본어를 꺼려온 탓인지 일본어 단어를 들으면 비공식적인 것, 곧 질서를 벗어난 표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일본식 외래어에는 ‘후리타, 오타쿠, 무데뽀, 노가다, 야마, 곤조’같이 공식 세계에서 벗어난 변두리 세계의 의미 영역을 가리키는 어휘가 분명히 더 많다. 이는 일본어에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일본어를 거부하면서 덧씌워진 부작용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 보니 일본어에서 온 외래어나 일본식 발음으로 표현되는 외래어는 무언가 통속화된 것, 비공식적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더 나아가 의식적인 비속화 기능도 적지 않게 드러낸다. 스스로를 거칠고, 공공 영역 바깥의 ‘저렴한 분위기’를 만드는 기능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유명인사가 거르지 않고 내뱉은 ‘야지’라든지 ‘겐세이’ 같은 외래어 사용에 대한 비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일본어만을 탓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물론 문제이지만 굳이 일본식 외래어를 불필요한 곳에서 사용하여 스스로 여차하면 대화의 격을 비공식적 판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들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마찬가지로 거칠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말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의 장을 거칠게 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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