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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14:25

튀르기예 / 뽁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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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기예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지난 주말이 후딱 지나갔을 것이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이어지는 깊은 밤, 김연아와 월드컵 조 편성 중계방송 보느라 텔레비전 앞에서 떠날 줄 몰랐을 것이기에 그렇다. 이들에게 지난 주말은 ‘아날로그 세상’이었다. 스케이팅은 모나지 않고 둥글었으며, 월드컵 조 추첨은 슈퍼컴퓨터 흔한 세상임에도 항아리(포트)에서 뽑아냈기 때문이다. 월드컵 조 추첨 방송을 두고 뒷말이 없지 않다. ㅅ방송에서 동시통역을 했던 이가 몇 마디를 엉뚱하게 통역했던 까닭이고 조 편성의 음모론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조 추첨 사전 조작설’은 말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추첨 방식을 지켜보니, 유리 항아리에서 뽑는다-건네준다-펼쳐보인다, 이렇게 딱 세 단계이기에 그렇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국제축구연맹(FIFA)의 나라 이름은 영어를 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몇 나라 이름은 그렇지 않았다. 멕시코(메히코), 스위철랜드(스위스), 혼두래스(온두라스), 아르젠티나(아르헨티나), 벨지움(벨기에), 알제리아(알제리) 등이다. 괄호 안 표기가 그 나라 언어에 가까운 제 이름이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일본(니혼), 독일(도이칠란트), 미국(유에스에이, USA)은 우리가 한자음으로 쓰는 국명이다. 국제 무대에서 중국이 자기 이름을 ‘中國’(중궈)라 표기하고 일본이 ‘Nippon’(닛폰)이라 쓰기도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명을 제 나라 언어로 불러주자는 것이다. 영어를 따른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에스파냐’(스페인)가 대표적이지만 터키도 한가지다. 2002 월드컵 때 ‘형제국’으로 여겼던 터키의 방송인이 ‘세계방송인대회’에서 볼멘소리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터키’(Turkey)는 영어로 ‘칠면조’와 뜻이 같다. 미국(영국)도 아닌데 굳이 그 나라 따라 터키라 할 이유가 있는가. 제 이름 ‘튀르키예’(Turkiye)로 불러달라.” 일리있는 얘기 아닌가. 터키는 터키어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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뽁뽁이

뽁뽁이’는 제 쓸모가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미국의 발명가 앨프리드 필딩과 마크 샤반은 ‘뽁뽁이’를 만들어 벽지나 온실 단열재로 팔려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여기서 포기했다면 지금의 ‘뽁뽁이’는 없었을지 모른다. 또 다른 가능성을 떠올린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고 제품의 이름을 버블랩(Bubble Wrap)이라 지었다. 첫 고객은 비싼 기업용 컴퓨터 운반 방법을 찾던 아이비엠(IBM)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쓰임새는 벽지도 단열재도 아닌 포장재였다. 1960년대 초입의 일이다.

 오십여년 전 발명자가 이루지 못했던 ‘단열재’의 뜻이 지금 이 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뽁뽁이’의 귀환”이다. 포장재뿐 아니라 노리개로도 유용한 ‘뽁뽁이’는 2009년 9월 ‘콘크리트 단열 보온 양생공법’으로 뉴스에 등장한다. 같은 해 12월, ‘겨울철 하우스 참외 품질과 수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라는 기사가 나온다. 건설과 농업 부문에서 시작한 ‘뽁뽁이’의 단열·방풍 재주는 2011년에 대중적으로 빛을 발한다.

얼마 전 ‘에어캡 공장 바빠요’라는 자막에 ‘단열 효과를 내는 에어캡, 이른바 뽁뽁이 판매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ㅁ방송) 원 상표명은 ‘버블랩’이니, ‘에어캡’이나 ‘뽁뽁이’나 속칭인 것은 한가지이다. 그럼에도 ‘에어캡’은 방송용어이고 ‘뽁뽁이’는 속칭으로 다루어야 할까 싶었다. 프랑스어 벨벳(velour)과 갈고리(crochet)를 합쳐 만든 상표명 ‘벨크로’(velcro)에 ‘찍찍이’가 밀려나는 것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이다. ‘뽁뽁이’(버블랩)와 ‘찍찍이’(벨크로)처럼 서양은 생김과 구실을 따져 명칭을 만들고 우리는 의성어에서 이름을 따올 때가 많다. 기능에서 비롯한 영어 ‘플런저’(plunger)는 우리에게 소리를 본뜬 ‘뚫어펑(뻥)’으로 통한다. 어설픈 언어 사대주의는 넘어서야 한다. 이참에 ‘뽁뽁이’와 ‘찍찍이’, ‘뚫어펑(뻥)’을 제도권 언어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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