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04.19 13:51

새 학기 단상

조회 수 256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새 학기 단상

새 책, 학용품, 책가방, 연필깎이, 새 벗, 반 편성, 담임선생님…. ‘새 학기’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피디(PD)와 기자 몇 명에게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내 기억도 그랬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한 학기 동안 쓸 공책, 연필 따위를 사러 형제들과 함께 시내에 있는 큰 문구점에 가곤 했으니까. 책 크기에 맞춰 마름질한 알록달록 예쁜 포장지와 비닐로 국어책·지리부도 등을 싸며 맡았던 새 책 냄새, 사이좋은 벗들과 한 반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 피구 경기에서 진 우리들을 위로하다 눈물로 아쉬움을 털어냈던 선생님이 다시 우리 담임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 이런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려보니 새 학기를 맞던 때의 설렘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대학에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강의실은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망울로 밝게 빛났다. 강의 개요, 평가 방법, 과제에 대한 설명 가운데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는 대목은 ‘평가 기준’이다. 학점은 이른바 ‘스펙’의 기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열심히 공부해도 누구는 ‘에이뿔’(A+)을 받고 어떤 이는 최저 학점을 받아야 하는 상대평가 과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모인 대학 강의실에서도 ‘공부 더 잘하는 학생’을 가려야 하는 것이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다.(표준국어대사전) 사전 뜻풀이 아래 예문을 보니 ‘공부를 잘하다(못하다)’는 표현이 편치 않게 다가온다. 놀랄 만한 보람을 얻은 학생에게 부득이 낮은 점수를 줘야 하는 일을 겪은 뒤부터의 일이다. 공부 잘해도 성적(학생들이 배운 지식, 기능, 태도 따위를 평가한 결과)이 낮은 학생은 있기 마련이다. 수학은 못해도 국어를 잘하는 학생, 과학 점수는 낮아도 음악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두고 뭉뚱그려 ‘공부 못한다’ 하는 것은 그래서 내키지 않는다. 앞으로 ‘공부 못한다’ 할 자리에 ‘성적이 안 좋다’ 하는 게 어떨까.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0920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2444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3Jan
    by 바람의종
    2010/01/23 by 바람의종
    Views 9562 

    생략되는 주격조사

  5. No Image 09Mar
    by 바람의종
    2010/03/09 by 바람의종
    Views 12547 

    생때같다

  6. No Image 10Apr
    by 바람의종
    2010/04/10 by 바람의종
    Views 9964 

    생때, 생떼

  7. No Image 02Sep
    by 風文
    2022/09/02 by 風文
    Views 740 

    생각보다, 효녀 노릇

  8.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09/05/28 by 바람의종
    Views 5702 

    생각두룩새

  9. No Image 05Aug
    by 바람의종
    2009/08/05 by 바람의종
    Views 8311 

    생각 뒤

  10.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8/06/12 by 바람의종
    Views 5885 

    샘골과 시암실

  11. No Image 15Feb
    by 바람의종
    2008/02/15 by 바람의종
    Views 7578 

    샌드위치

  12. No Image 29Dec
    by 風磬
    2006/12/29 by 風磬
    Views 10476 

    샌님

  13.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21529 

    색깔이름

  14. No Image 04Feb
    by 바람의종
    2009/02/04 by 바람의종
    Views 6355 

    색감

  15. No Image 03Jun
    by 바람의종
    2008/06/03 by 바람의종
    Views 6514 

    새해 인사

  16. No Image 05Jul
    by 바람의종
    2008/07/05 by 바람의종
    Views 6625 

    새이방우, 새미골

  17. No Image 07Feb
    by 바람의종
    2010/02/07 by 바람의종
    Views 8384 

    새의 꼬리

  18. No Image 16Dec
    by 바람의종
    2007/12/16 by 바람의종
    Views 7163 

    새말의 정착

  19. No Image 13Feb
    by 風文
    2022/02/13 by 風文
    Views 789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20. No Image 31Oct
    by 바람의종
    2007/10/31 by 바람의종
    Views 5924 

    새말과 사전

  21. No Image 12Oct
    by 바람의종
    2007/10/12 by 바람의종
    Views 7732 

    새말 만들기

  22. No Image 18Jun
    by 風文
    2022/06/18 by 風文
    Views 687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23. No Image 29Feb
    by 바람의종
    2008/02/29 by 바람의종
    Views 9199 

    새라새롭다

  24. No Image 02Apr
    by 바람의종
    2010/04/02 by 바람의종
    Views 11277 

    새나 짐승의 어린 것을 이르는 말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