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15 15:21

세로드립

조회 수 10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로드립

언어의 기능을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보와 사상을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줄여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과서 안의 지식보다 바깥 지식이 더 많듯이, 언어도 교과서 바깥의 기능이 더 많다. 예를 들어 말장난, 남을 놀리거나 약 올리기, 거룩한 대상에 대한 희롱이나 조롱 같은 것들은 언어의 또 다른 다양한 역할이다.

점잖은 작가들은 언어로 사랑과 비애, 순정과 분노를 적절히 걸러내며 그들의 ‘작품’을 만든다. 반대로 세속의 보통사람들은 언어로 온갖 장난을 치며 살아간다. 진지함보다는 가벼움으로, 감정의 승화보다는 배설을 선호한다. 이른바 속세의 말장난들이다. 대중이 생산한 통속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유행했던 ‘덩달이 시리즈’라든지 ‘만득이 시리즈’ 또는 요즘도 간간이 하고 있는 ‘삼행시’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뜻하지 않게 요즈음 ‘세로드립’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했다. 가로로 쓴 문장들의 첫 번 음절들을 세로로도 읽을 수 있게 메시지를 이중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가로로 던지는 사연은 긍정적인 것으로, 세로로 말하는 내용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것으로 엮음으로써 상호모순적이고도 양가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고도의 문학 정신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 속에서 끓어오르는 비아냥, 조소 등을 잘 드러내 준다.

이런 작품이 점잖은 공모전에 당선되어 웃음거리가 되고 이러한 언어유희를 놓고 송사까지 벌어지는 모양이다. 희롱당한 측의 노여움은 백분 이해되나 유희나 개그를 대상으로 재판을 벌인다는 것은 더 큰 조롱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한다. 차라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그와 같은 찬양 문학의 공모전이 과연 지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기는 했는지를 되묻는 것이 가장 슬기로운 길이 아닌가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6104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7512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7Nov
    by 바람의종
    2008/11/27 by 바람의종
    Views 6704 

    세일, 리베이트

  5. No Image 29Sep
    by 바람의종
    2010/09/29 by 바람의종
    Views 7426 

    세상은 아직…

  6. No Image 17May
    by 바람의종
    2009/05/17 by 바람의종
    Views 5700 

    세밑

  7.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7090 

    세모, 세밑

  8. No Image 21Oct
    by 바람의종
    2010/10/21 by 바람의종
    Views 10600 

    세모, 세밑

  9. No Image 07Oct
    by 바람의종
    2008/10/07 by 바람의종
    Views 7384 

    세리머니

  10.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1039 

    세로드립

  11. No Image 23Nov
    by 바람의종
    2008/11/23 by 바람의종
    Views 6230 

    세대주

  12. No Image 01Nov
    by 바람의종
    2012/11/01 by 바람의종
    Views 14970 

    세노야

  13. No Image 17May
    by 바람의종
    2009/05/17 by 바람의종
    Views 7449 

    세꼬시

  14. No Image 11May
    by 바람의종
    2008/05/11 by 바람의종
    Views 5447 

    세금과 요금

  15. No Image 04Feb
    by 바람의종
    2009/02/04 by 바람의종
    Views 5455 

    세금 폭탄

  16. No Image 11May
    by 風文
    2022/05/11 by 風文
    Views 800 

    세계어 배우기

  17. No Image 18Jul
    by 바람의종
    2009/07/18 by 바람의종
    Views 8725 

    세 돈 금반지

  18. No Image 10Nov
    by 風文
    2023/11/10 by 風文
    Views 988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19. No Image 19Jun
    by 風文
    2022/06/19 by 風文
    Views 818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20. No Image 10May
    by 風文
    2022/05/10 by 風文
    Views 968 

    성인의 세계

  21. No Image 18Nov
    by 바람의종
    2008/11/18 by 바람의종
    Views 7332 

    성은, 승은, 사약

  22. No Image 26Nov
    by 바람의종
    2010/11/26 by 바람의종
    Views 16865 

    성숙해지다, 주춤해지다, 팽배해지다, 만연해지다

  23. No Image 18Jan
    by 바람의종
    2008/01/18 by 바람의종
    Views 6653 

    성별 문법

  24. No Image 05Dec
    by 바람의종
    2011/12/05 by 바람의종
    Views 7677 

    성대묘사

  25. No Image 30Aug
    by 바람의종
    2012/08/30 by 바람의종
    Views 9953 

    성급, 조급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