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6.14 02:02

죽전과 삿대수

조회 수 8090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죽전과 삿대수

땅이름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황해북도 서흥군은 도호부가 있던 곳으로 동쪽은 신계현, 서쪽은 봉산군, 남쪽은 평산부, 북쪽은 수안군 사이에 있었다. 서흥부 동쪽 30리에 죽전(竹田)이란 곳이 있는데, 화살을 뜻하는 ‘죽전’(竹箭)으로도 불렀다. <용비어천가>에는 이 땅이름을 ‘전죽수’(箭竹藪)라고 했는데, ‘화살과 대나무와 늪’이란 뜻이다. 그런데 화살과 대나무, 그리고 늪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물들이다.

토박이 땅이름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말과 중국어의 말소리 차이를 살필 수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소리가 바뀐 한자음을 본음과 같게 만들고자 펴냈던 <동국정운>에서, 우리말 한자어 중 ‘리을(ㄹ) 받침’으로 끝나는 말들은 중국어의 경우 ‘디귿(ㄷ)’처럼 들리는 말들이었다. 이른바 이영보래(以影補來)는 한자음 영(ㆆ)으로 래(ㄹ)음을 보충함으로써 중국음에 가깝게 낸다는 뜻이다.

<용비어천가>에서 ‘전죽수’를 한글 ‘삿대수’로 표기한 점은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전’(箭)은 우리말 ‘살’인데, 이를 ‘삿’으로 적었으므로 ‘전죽수’에서 ‘전’(箭)의 의미는 화살과는 관련이 없는 셈이다. 이 말은 ‘사이’를 뜻하는 ‘사△ㅣ’의 옛말 형태로 볼 수 있다. ‘삿’은 ‘사이’나 ‘새’로 바뀔 수도 있지만 ‘삿[또는 삳]’이 ‘살’로 바뀔 수도 있다. ‘전죽수’가 ‘여러 지형에 놓인 늪’을 뜻하는 말이라면, ‘죽전’(竹田)은 ‘전죽’의 어순이 바뀌어 형성된 동음이의어 ‘죽전’(竹箭)에서 온 말이 된다. 이처럼 ‘대밭’으로 풀이되는 죽전이라는 땅이름 속에 우리말의 또다른 모습이 담겼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1780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3285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3Oct
    by 바람의종
    2008/10/13 by 바람의종
    Views 7713 

    즐겁다, 기쁘다

  5. No Image 15Mar
    by 바람의종
    2010/03/15 by 바람의종
    Views 11209 

    쥬스는 주스

  6. 쥐오줌풀

  7. No Image 23Sep
    by 바람의종
    2008/09/23 by 바람의종
    Views 15704 

    쥐어 주다, 쥐여 주다

  8.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12861 

    쥐뿔도 모른다

  9. 쥐꼬리망초

  10. No Image 01Nov
    by 바람의종
    2008/11/01 by 바람의종
    Views 7191 

  11. No Image 21Dec
    by 바람의종
    2007/12/21 by 바람의종
    Views 9400 

    중화사상

  12.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08/01/30 by 바람의종
    Views 9087 

    중앙아시아 언어들

  13. No Image 22May
    by 바람의종
    2007/05/22 by 바람의종
    Views 11256 

    중뿔나게

  14. No Image 24Feb
    by 바람의종
    2008/02/24 by 바람의종
    Views 10155 

    중국의 언어

  15. No Image 14Jun
    by 바람의종
    2012/06/14 by 바람의종
    Views 8971 

    중계(中繼)와 중개(仲介)

  16. 줏개

  17. No Image 26Mar
    by 바람의종
    2007/03/26 by 바람의종
    Views 11013 

    줄잡아

  18. No Image 17Jun
    by 바람의종
    2009/06/17 by 바람의종
    Views 6338 

    줄이·존이

  19. No Image 07Nov
    by 바람의종
    2007/11/07 by 바람의종
    Views 10575 

    줄여 쓰는 말

  20. No Image 19Aug
    by 바람의종
    2010/08/19 by 바람의종
    Views 10581 

    준말들

  21. No Image 09Apr
    by 바람의종
    2009/04/09 by 바람의종
    Views 10651 

    준말 "럼"

  22. No Image 14Jun
    by 바람의종
    2008/06/14 by 바람의종
    Views 8090 

    죽전과 삿대수

  23. No Image 27Nov
    by 바람의종
    2008/11/27 by 바람의종
    Views 7552 

    죽이란대두

  24. 죽음을 이르는 말들

  25. No Image 26Jan
    by 바람의종
    2010/01/26 by 바람의종
    Views 10696 

    죽음을 당하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