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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6 12:43

24시 / 지지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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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

<25시>. 루마니아 소설가 게오르기우가 1949년에 펴낸 소설이다. 앤서니 퀸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은 주인공의 아내를 탐한 경찰서장의 계략으로 유대인 수용소로 보내지며 시작되는 농부의 기구한 삶을 펼쳐낸다. 루마니아인이면서 유대인 수용소에, 헝가리인으로 루마니아 수용소에, 독일인으로 헝가리 수용소와 미국인 수용소에서 간난신고하는 주인공. 한때 아리안족의 영웅으로 대접받기도 하는 등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순박한 농부 요한이 주인공이다. ‘이십오시’는 작품 제목을 넘어 ‘이미 지나서 뒤늦은 때의 절망과 불안을 이르는 말’로 자리 잡은 표현이기도 하다.(표준국어대사전)

‘24시’. 시와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나라 간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숫자다. 한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24시’가 유난히 많이 띄었다. 한가위 이튿날 함께 산책하던 이가 유심히 내뱉은 말 “이 집은 ‘24시’에만 예약 가능한 집인 모양…”이 내 귀를 솔깃하게 했기 때문이다.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24時’가 찍힌 간판 아래에 ‘24시 예약’이 눈에 들어왔다. 길 건너 모퉁이에 있는 중국집 간판 문구는 ‘24시간 영업합니다’였다. 동네 간판을 훑어보니 영어로는 ‘24 hours’라 바로 쓰면서 한글로는 ‘24시’라 한 곳이 꽤 많았다.

시(時)는 ‘차례가 정하여진 시각을 이르는 말’이다. ‘24시’는 하루를 1시, 2시, 3시…로 따질 때 마지막 시간인 것이다. ‘24시’는 하루를 시작하는 영시로 자정, 밤 열두시와 같다.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는 시간이다. 시간은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인 시각과 같은 뜻이기도 하다. 통관 실무서의 한 대목은 ‘24시’와 ‘24시간’의 뜻을 확연하게 알려준다. ‘해상화물은 적재하기 24시간 전에, 항공화물은 적재 항공기 출항 익일 24시에 목록을 제출하여야 한다’. ‘24시’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해 낭패 보는 일은 무역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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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지난

 ‘청춘 작가’ 최인호가 별세했다. 지난 수요일의 일이다. 향년 68, 한창나이에 서둘러 떠난 작가. 그의 선종 소식을 들은 날 밤, 보석처럼 빛나던 학창 시절 추억의 여러 조각이 선생이 남긴 작품과 엮여 있음을 새삼 되새긴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날 밤 이후 고인의 작품 세계와 그를 추모하는 글이 각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전해졌다. 그 가운데 어느 일간지에 실린 추모사의 한 대목은 이랬다. “지지난해였네요. 선생님께서 몇몇이 모여 점심 식사라도 하고 싶어 하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그날이 아니어도 다시 선생님을 뵐 수 있겠지, 여겼습니다.” 면역력 약해진 선생에게 자칫 감기를 옮길까 저어해 선뜻 나설 수 없었던 작가 조경란의 아쉬움이다.

선생을 추모한 글 여럿 가운데 이 글이 유독 관심을 끈 까닭은 ‘지지난해’라는 표현 때문이다. 선생이 별세하기 몇 시간 전, 회의에서 만난 조 작가에게 “‘지지지난호’에 실린 단편 잘 보았다” 인사말 삼아 건넸다. 지난겨울에 나온 문학 계간지 발행 호수를 밝히려 되짚다 나온 표현이었다. ‘지지난’은 ‘지난번의 바로 그 전’이니 ‘지지지난’은 ‘지지난의 바로 그 전’이 된다. ‘지난호의 전전번’인 셈이다. 소설가와 아나운서가 주고받은 표현 ‘지지지난’은 어법에 맞는 것일까.

그날 회의 자리에 함께 있던 국어학자들은 “‘그저께’의 전날로 ‘그끄저께’를 인정하고, ‘다음번의 바로 그 뒤’를 ‘다다음’이라 하니 ‘지지지난’을 틀렸다 할 수 없다” 했다. ‘사전 표제어가 아니면 잘못된 표현’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음주’가 안 되면 ‘다다음주’, ‘다다다음주’의 일정은?” 하며 약속 잡은 경험이 있다면 이런 설명이 ‘2주 뒤’, ‘3주 뒤’보다 직관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지지난-지난-지금-다음-다다음(다음다음)’을 뒤와 앞으로 확장해 짚어가는 ‘지지지난’, ‘다다다음’을 올림말이 아니라는 까닭으로 배척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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