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8 06:03

행여

조회 수 6920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행여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를 할 때, 말머리에 갖다 붙이는 부사가 몇 가지 있다. 이 말들은 서로 바꿔 써도 괜찮은 경우가 있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행여 표 떨어질라 … 눈치 행정 극심’

한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이 제목에서 ‘행여’에는 표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담겨 있다. 잘못 쓴 말이다. ‘행여’는 한자 다행 행(幸)에 접미사 ‘-여’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따라서 ‘다행히도, 운 좋게, 바라건대’의 뜻을 가지고 있다. 우려하고 걱정하는 말에다 기대할 때 쓰는 말을 갖다 놓았다.

그런데 이런 잘못은 많은 독자가 읽는 신문에서 머릿기사 제목으로 쓸 만큼 흔해져 버렸다. 이 기사가 눈에 띄기에 보기를 들었을 뿐이지, 이와 똑같은 잘못은 어느 신문 가릴 것 없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용도로 쓰이는 부사로는 ‘행여·행여나·혹·혹시·혹시나·혹여·혹간·설혹·만약·만약에·만일’ 따위가 있다. 이들 중에서 다른 것들은 우려하는 경우나 기대하는 경우에 공통적으로 쓸 수 있지만 ‘행여’와 ‘행여나’는 걱정·우려할 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행여 반가운 친구가 오려나 기다려진다”는 되지만 “행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안 된다.

‘행여’를 ‘혹시’와 같은 뜻으로 풀이한 사전이 있기는 하다. 잘못된 말이지만 널리 퍼져 있으므로 그런 풀이를 넣었을 터이다. 그러나 공공성을 띤 매체라면 제대로 본디뜻을 가려서 쓰는 것이 좋겠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066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748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2204
3344 헬스 다이어트 바람의종 2009.04.14 7767
3343 헤어진 옷 바람의종 2012.05.16 10892
3342 헤로인 / 슈퍼세이브 風文 2020.06.03 1397
3341 헤라시보리 바람의종 2012.09.21 17204
3340 헛이름 바람의종 2008.01.08 10354
3339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889
3338 험담 바람의종 2009.04.30 6562
3337 허풍선이 바람의종 2007.04.25 7547
3336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바람의종 2008.09.20 9020
3335 허버지게 바람의종 2009.08.03 8397
3334 허발 바람의종 2010.04.25 10896
3333 허망헙디다 바람의종 2009.03.14 6518
3332 허리를 곧게 피다 바람의종 2012.05.03 11523
3331 허롱이 바람의종 2009.05.09 9089
» 행여 바람의종 2008.03.28 6920
3329 행랑, 행낭 바람의종 2010.05.06 17328
3328 행길 바람의종 2007.04.25 11012
3327 행각 바람의종 2007.09.21 7946
3326 햇쌀, 햅쌀, 해쌀 바람의종 2009.02.19 13941
3325 햇빛은 눈부시고,햇볕은 뜨겁다 바람의종 2010.03.10 10122
3324 햇빛, 햇볕 바람의종 2008.07.24 8374
3323 햇볕, 햇빛, 햇살, 햇발 바람의종 2009.07.18 945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