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2.01 06:54

삼디가 어때서

조회 수 7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삼디가 어때서

느닷없이 정치판에서 언어 문제로 입씨름이 붙었다. ‘3D 프린터’를 [삼디]라고 읽느냐 [스리디]라고 읽느냐 하는 문제다. 이상하게도 정치권에서 영어 발음 같은 언어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대개 비본질적인 논쟁으로 비화한다. 여러 해 전에 ‘오렌지’냐 ‘어륀지’냐 하던 논쟁도 정책 수준을 무척 저급하게 만들었던 추억으로 남았다.

옛날 군에서 지급한 소총은 M1[엠원]이었다. 후에 M16이 지급됐다. 보통 [엠십육]이라고도 했지만 [엠식스틴]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국산 고등훈련기 T-50은 [티오십]이고 보잉 707도 보통 [칠공칠]이라 한다. 역사 수업에서 배운 제국주의의 삼비(3B) 정책과 삼시(3C) 정책은 아무도 [스리비]나 [스리시]라고 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힘든 직업을 가리키는 ‘3D’ 업종은 보통 [스리디 업종]이 아니라 [삼디 업종]이라 한다. 연필 ‘4B'도 보통 [사비]라 하지 [포비]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 도대체 발음의 원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언어 전문가로서는 민망스럽게도 ‘특별한 원리가 없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 두 가지 발음법은 윤리 문제도, 언어 원리의 문제도 아니다. 또 지식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인습과 취향의 차이에 더 가깝다. 이런 것으로 누가 더 유능한 사람인지는 도저히 평가할 수 없다. ‘3D’를 차라리 ‘삼차원’ 혹은 ‘입체’라고 표현했다면 더 나았겠다.

이번 대선은 수많은 시민들이 무려 스무 번 넘게 길거리에서 ‘자기 이익’을 넘어서서 헌신함으로써 얻어낸 ‘역사적 기회’이다. 이 기회를 의미 없는 말꼬리 잡기로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말로는 ‘통합’이면서 실천은 ‘분열’과 ‘파열’로 나아가고 있지 않는가?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08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596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704
1628 살림 風磬 2006.12.26 6124
1627 살망졍이 바람의종 2009.07.26 6494
1626 살사리꽃 바람의종 2009.09.07 7038
1625 살아 진천 죽어 용인 바람의종 2008.01.15 16282
1624 살얼음 / 박빙 바람의종 2010.10.30 10159
1623 살인 진드기 風文 2020.05.02 1223
1622 살짝궁, 살짜궁 / 살짝이, 살짜기 바람의종 2010.12.19 11084
1621 살찌다, 살지다 바람의종 2010.04.07 9912
1620 살처분 바람의종 2010.10.30 7293
1619 살코기 바람의종 2009.10.08 7532
1618 살쾡이 file 바람의종 2009.07.15 6042
1617 살피재 바람의종 2008.05.27 7904
1616 삼가 바람의종 2008.10.04 5218
1615 삼겹살의 나이 바람의종 2012.05.04 11881
»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758
1613 삼박하다 風磬 2006.12.26 13395
1612 삼복더위 바람의종 2009.03.04 8037
1611 삼삼하다 風磬 2006.12.29 10960
1610 삼수갑산 바람의종 2010.03.07 10023
1609 삼수갑산을 가다 바람의종 2008.01.16 8506
1608 삼십육계 줄행랑 바람의종 2008.01.16 12229
1607 삼우제 바람의종 2007.07.20 1056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