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11 19:25

귀 잡수시다?

조회 수 8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귀 잡수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릴 만큼 예절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태도가 언어에도 반영돼 우리말에는 높임법이 매우 발달해 있다. 문장의 주체를 높이기 위해 ‘시’를 넣어 말하거나, 말을 듣는 상대에 따라 ‘했니?’, ‘했습니까?’처럼 어미를 다르게 선택해서 말한다. ‘진지, 생신, 잡수시다, 주무시다’처럼 윗사람에게만 쓰는 높임 어휘가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높임말을 잘못 사용해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흔히 틀리는 게 ‘귀 잡수시다’인데, 이게 잘못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에도 “우리 할아버지는 귀가 잡수셔서 말을 잘 못 알아들으세요”라고 말하는 청년을 보았다. ‘귀가 먹으셨다’라고 해야 할 것을 어른에게 ‘먹었다’고 하기가 어려워서 ‘귀가 잡수셨다’고 한 것이다.

‘귀먹다’의 ‘먹다’는 ‘밥을 먹다’의 ‘먹다’와는 다른 말이다. 이때의 ‘먹다’는 ‘막히다’의 뜻을 지닌 옛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귀나 코가 막혀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다’는 뜻이다. 이 ‘먹다’는 코가 막힌 경우에도 쓸 수 있는데, 감기에 걸려 코맹맹이 소리를 낼 때 ‘코 먹은 소리’라고 하는 게 그런 예이다. 갑자기 귀가 막힌 것처럼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체한 것같이 가슴이 답답할 때 쓰는 ‘먹먹하다’나,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먹통’ 이 모두 이 ‘먹다’와 관련이 있는 말이다.

‘귀 잡수셨다’는 말은 동물의 귀를 음식으로 섭취했다는 뜻이 되므로 ‘귀먹다’의 높임말이 될 수 없다. 어른에 대해서 쓸 때에는 ‘귀가 먹으셨다’고 하면 된다. 그래도 어른께 ‘먹으셨다’고 말하기가 영 찜찜하다면 ‘귀가 어두우시다’나 ‘귀가 잘 안 들리신다’로 표현하면 될 것이다.

-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150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828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3039
2860 궁작이 바람의종 2009.05.30 6234
2859 궂기다 바람의종 2010.03.16 12195
2858 궂긴소식 바람의종 2008.04.30 8549
2857 궂긴인사 바람의종 2008.07.19 7363
2856 궂은날, 궂은 날 바람의종 2010.05.28 11347
2855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657
»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891
2853 귀감 바람의종 2007.06.06 8512
2852 귀를 기울이다 / 술잔을 기우리다 바람의종 2012.08.14 32520
2851 귀성 바람의종 2009.06.11 10556
2850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522
2849 귀절 / 구절 바람의종 2009.02.17 10988
2848 귀지하다 바람의종 2008.02.15 9606
2847 귀추가 주목된다 바람의종 2007.12.28 17868
2846 귀향객, 귀성객 바람의종 2012.09.26 8495
2845 귓밥을 귀후비개로 파다 바람의종 2009.04.03 10664
2844 그것을 아시요? 바람의종 2010.03.18 9166
2843 그것참 바람의종 2010.08.27 8947
2842 그녀 바람의종 2009.07.10 7302
2841 그닥 바람의종 2008.03.11 6768
2840 그대 있음에 바람의종 2009.02.20 8066
2839 그라모 어쩝니껴? 바람의종 2010.02.25 73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