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세, 섭하다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사람은 원님이 됐고 한 사람은 허구한 날 과거에 낙방했다. 어느 날 형편이 어려워진 친구가 원님이 된 친구를 찾아갔다. 그러나 문 앞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가난한 놈은 성도 없나? 우리 아버지가 거두다시피 한 은혜를 이렇게 갚다니!"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 후 공부에만 전념해 암행어사가 됐다. 문전박대당한 설움을 갚고자 다시 친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번엔 자신의 아내와 있는 게 아닌가. "날 괄세하다 못해 이젠 아내까지…." 그때 토실토실 살이 오른 아이들이 뛰어나왔다. 그 친구는 공부하느라 팽개친 자신의 가족을 돌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의 일을 섭하게 여기지 말게. 자네가 맘을 독하게 먹으라고 일부러 괄세했던 걸세." 그는 친구의 깊은 뜻을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옛날이야기다.
'괄세' '섭하다' 등은 입말에서 흔히 쓰인다. 그러나 표준어는 아니다. 남을 업신여겨 하찮게 대하는 것은 '괄시'라고 해야 한다. '섭하다' 역시 '섭섭하다'가 바른 말이다. "출세한 친구들이 날 은근히 괄시하는 것 같아 동창회에 나가기 싫네" "그 말을 친구들이 들으면 섭섭하겠는걸" 등처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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