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26 15:18

값과 삯

조회 수 5621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값과 삯

‘값’은 남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적에 내놓는 값어치다. 거꾸로,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고 받아내는 값어치기도 하다. 값을 받고 팔거나 값을 치르고 사거나 하는 노릇이 잦아지면서 때와 곳을 마련해 놓고 사람들이 모여서 팔고 샀다. 그 때가 장날이고, 그 곳이 장터다. 닷새 만에 열리는 장날에는 팔려는 것을 내놓는 장수와 사려는 것을 찾는 손님들로 장터가 시끌벅적하다. 값을 올리려는 장수와 값을 낮추려는 손님이 흥정을 할 수 있도록 미리 내놓는 값의 말미가 ‘금’이다. 금을 미리 내놓는 노릇을 ‘금을 띄운다’ 하고, 그렇게 띄워 놓은 금이 ‘뜬금’이다. 뜬금이 있어야 흥정을 거쳐서 값을 매듭지어 거래를 하는데, 금도 띄우지 않고 거래를 매듭지으려 들면 ‘뜬금없는’ 짓이 된다.

‘삯’은 내 것으로 만들며 치르는 ‘값’과는 달리 남 것을 얼마간 빌려 쓰는 데 내놓는 값어치다. ‘찻삯’이나 ‘뱃삯’은 차나 배를 타는 데 치르는 값어치, ‘찻값’이나 ‘뱃값’은 차나 배를 사는 데 치르는 값어치다. 삯에서 종요로운 것은 ‘품삯’이다. ‘품’이란 사람이 지닌 힘과 슬기의 값어치고, 그것을 빌려 쓰고 내는 것이 ‘품삯’이다. 품은 빌려주고 삯을 받기도 하지만 되돌려 받는 ‘품앗이’가 본디 제격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서 품을 팔아 먹고사는 사람을 ‘품팔이’라 하는데, 품을 빌리지 않고 사려면 ‘품삯’이 아니라 ‘품값’을 치러야 한다. 요즘 세상은 거의 모든 사람이 품을 팔아야 살게 되어서 ‘품값’ 때문에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298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980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4473
3124 갈대와 억새 바람의종 2010.07.30 9282
3123 갈두·갈헌 바람의종 2008.08.27 7855
3122 갈등 바람의종 2007.05.29 5973
3121 갈매기 바람의종 2009.05.06 6514
3120 갈매기살, 제비추리, 토시살 바람의종 2008.11.16 8574
3119 갈치, 적다, 작다 바람의종 2008.10.25 8236
3118 감감소식 바람의종 2007.04.29 7913
3117 감동·어루동 바람의종 2008.07.04 5668
3116 감로수 바람의종 2007.05.29 7397
3115 감안하다 바람의종 2007.10.12 14889
3114 감장이 바람의종 2008.10.30 6503
3113 감질나다 바람의종 2010.08.03 12612
3112 감질맛, 감칠맛 바람의종 2012.12.24 29927
3111 갑작사랑 바람의종 2008.05.05 7107
3110 갑작힘 바람의종 2008.04.30 7839
3109 갑절과 곱절 바람의종 2010.03.09 9583
3108 갑종 근로소득세 바람의종 2007.05.30 11144
3107 갑질 風文 2024.03.27 637
» 값과 삯 바람의종 2007.12.26 5621
3105 갓달이 바람의종 2008.10.07 6913
3104 강남 바람의종 2009.02.12 6437
3103 강남 제비 바람의종 2007.04.29 1079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