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2.18 16:59

‘요새’와 ‘금세’

조회 수 4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요새’와 ‘금세’

오래된 수수께끼 중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는 무엇일까’라는 게 있다. ‘종달새’ ‘참새’ ‘벌새’ 등 모두 자기가 아는 작은 새 이름을 떠올리느라 바쁘겠지만 정답은 ‘눈 깜짝할 새’이다. 눈을 한 번 살짝 감았다 뜨는 짧은 동안이니, 과연 그보다 더 작은 ‘새’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사이’가 줄어서 ‘새’가 되는 데 착안한 언어유희로, 어르신들은 ‘싱거운’ 소리라고 하실 테지만 젊은이들은 ‘썰렁한’ 농담이라고 할 것이다.

요새 젊은이들이 새로 만들어 쓰는 말 중에 ‘금사빠’라는 게 있다. ‘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그 친구는 금사빠야’ ‘내 금사빠 성향을 어떻게 고쳐야 하지’처럼 쓴다. 그런데 이때 ‘금세’를 어떻게 써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다. ‘금세’가 맞나, ‘금새’가 맞나? ‘요새, 어느새, 밤새’ 같은 말에서처럼 ‘새’로 적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말들을 적을 때 혼동하는 이유는 우리말에서 ‘애’와 ‘에’의 발음이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고 들을 때는 구분되지 않는 소리들을 구분해서 적자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럴 때는 이 말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말인지를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요새, 어느새, 밤새’의 ‘새’는 ‘눈 깜짝할 새’의 ‘새’처럼 모두 ‘사이’가 줄어든 말이다. ‘요사이’가 줄어서 ‘요새’, ‘밤사이’가 줄어서 ‘밤새’가 되었다. ‘아이’가 줄어서 ‘애’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세’는 ‘지금, 이제’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금시(今時)’에 조사 ‘에’가 결합된 ‘금시에’가 줄어서 된 말이다. ‘금시초문(今時初聞)’이라고 할 때의 ‘금시’와 ‘에’가 합쳐진 말로서, ‘금새’가 아니라 ‘금세’로 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98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73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572
3234 ‘시월’ ‘오뉴월’ 風文 2024.01.20 469
3233 ‘안 되’는 ‘안 돼’ 바람의종 2009.11.24 8883
3232 ‘암(수)캐’가 ‘암(수)개’로 바람의종 2010.01.22 9296
3231 ‘앗다’ 쓰임 바람의종 2008.06.19 6712
3230 ‘앗다’와 ‘호함지다’ 바람의종 2010.04.18 13984
3229 ‘엘씨디로’ / 각출-갹출 風文 2020.05.06 1803
3228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169
3227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030
» ‘요새’와 ‘금세’ 風文 2024.02.18 465
3225 ‘우거지붙이’ 말 바람의종 2007.10.13 9802
3224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836
3223 ‘으’의 탈락 바람의종 2010.06.19 10918
3222 ‘이’와 ‘히’ 風文 2023.05.26 757
3221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592
3220 ‘이다’‘아니다’와만 결합하는 ‘-에요’ 바람의종 2010.01.09 6784
3219 ‘자꾸’와 ‘지퍼’ 바람의종 2008.12.18 7962
3218 ‘직하다’와 ‘-ㅁ/음직하다’ 바람의종 2010.03.26 12963
3217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548
3216 ‘쫓다’와 ‘쫒다’ 風文 2023.07.01 1420
3215 ‘첫 참석’ 바람의종 2009.11.09 8819
3214 ‘첫날밤이요’ 바람의종 2010.02.21 9513
3213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13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