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486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당신의 무관심이 …’

대선을 앞두고 ‘네거티브’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대로 의미도 있고, 그런 전략을 통해서 거둬들이는 성금도 있겠지만, 찜찜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헌혈을 권장하는 텔레비전 공익 광고에 “당신의 무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이 흘러 나온다. 피가 모자라 급히 수혈이 필요한 사람이 어려움을 당하는 일이 많기에 이런 광고를 내었을 것이다. 이 말을 ‘부정적’이라고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말은 듣는 이들한테 좋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헌혈을 하지 않은 사람 처지에서는 ‘내가 누구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도움을 준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남의 생명을 잃게 한 일도 없는데, 이런 끔찍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런 말은 뒤집어서 쓰면 듣기가 훨씬 좋다.

“당신의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헌혈을 하지 않은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일 뿐이지, 그것이 생명을 잃게 한 행위는 아니잖은가. 광고말을 그대로만 풀면 무관심, 곧 헌혈을 하지 않은 게 바로 살인 행위가 된다. 헌혈을 한 것은 행위지만 헌혈을 하지 않은 것은 행위가 될 수 없다. ‘헌혈을 하지 않은 행위’라는 말은 유령 같은 말이다. 행위가 없었던 것이다. 행위가 없었는데 어떻게 목숨을 잃게 할 수 있는가. 도움을 주지 않은 일에다 해악을 끼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5199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1651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6867
    read more
  4. ‘강한 바람’만인가?

    Date2007.10.27 By바람의종 Views6964
    Read More
  5. ‘개덥다’고?

    Date2023.11.24 By風文 Views1305
    Read More
  6.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Date2024.01.09 By風文 Views1283
    Read More
  7.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Date2022.09.24 By風文 Views1176
    Read More
  8.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Date2023.10.13 By風文 Views1336
    Read More
  9. ‘경우’ 덜쓰기/최인호

    Date2007.04.25 By바람의종 Views6891
    Read More
  10. ‘고마미지’와 ‘강진’

    Date2008.04.08 By바람의종 Views8029
    Read More
  11. ‘곧은밸’과 ‘면비교육’

    Date2010.04.26 By바람의종 Views10215
    Read More
  12. ‘괴담’ 되돌려주기

    Date2023.11.01 By風文 Views1331
    Read More
  13. ‘그러지 좀 마라’

    Date2010.02.07 By바람의종 Views7732
    Read More
  14. ‘기쁘다’와 ‘즐겁다’

    Date2007.09.29 By바람의종 Views12106
    Read More
  15. ‘긴장’과 ‘비난수’

    Date2010.03.30 By바람의종 Views17831
    Read More
  16. ‘김치’와 ‘지’

    Date2007.09.22 By바람의종 Views6846
    Read More
  17. ‘꾹돈’과 ‘모대기다’

    Date2010.05.09 By바람의종 Views13436
    Read More
  18. ‘끄물끄물’ ‘꾸물꾸물’

    Date2024.02.21 By風文 Views1141
    Read More
  19.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Date2022.07.07 By風文 Views1202
    Read More
  20. ‘내 부인’이 돼 달라고?

    Date2023.11.01 By風文 Views933
    Read More
  21. ‘넓다´와 ‘밟다´의 발음

    Date2010.08.15 By바람의종 Views22619
    Read More
  22.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Date2023.02.27 By風文 Views1083
    Read More
  23. ‘달 건너 소식’과 ‘마세’

    Date2010.05.31 By바람의종 Views10723
    Read More
  24. ‘당신의 무관심이 …’

    Date2008.04.02 By바람의종 Views6486
    Read More
  25. ‘대틀’과 ‘손세’

    Date2010.05.28 By바람의종 Views1364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