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10 09:25

‘모라’와 마을

조회 수 7643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모라’와 마을


1988년 4월 중순에 발견된 울진군 봉평리의 비문은 한자를 빌려서 우리말을 적은(차자 표기) 사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흥분을 가져다준 비문이다. 이 빗글에 대해서는 남풍현 교수가 비교적 자세히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땅이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자료가 담겨 있다. 왜냐하면 비를 세운 사람으로 ‘거벌모라’의 ‘이지파 하간지’와 ‘신일지 일척’이라는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모라’는 마을의 어원에 해당한다. <양서> 신라전에 “신라인들은 성을 건모라라고 한다”라는 기록이나, <삼국사기>의 ‘모루성’(충남 서천이나 예산으로 추정)에 들어 있는 ‘모라’와 ‘모루’는 모두 큰 마을인 성을 뜻한다.

그런데 ‘모라’를 ‘산’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왜냐하면 ‘모라’ 또한  ‘의 변이형인 ‘마루’, ‘머리’와 같은 계통의 낱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가 ‘산’과 ‘머리’를 뜻하는 동음이의어였다고 한 바 있다. 이 견해를 따르면 ‘검은모루’는 ‘검은산’이란 뜻이 된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는 ‘돌모루’는 ‘산’보다는 ‘모퉁이’나 ‘벼랑’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땅이름은 대체로 한자말 ‘석우’(石隅)로 바뀐다. 이를 고려한다면, ‘‘’와 ‘모루’, ‘모라’는 별개의 낱말로 보인다. 이처럼 비문에서도 땅이름의 어원을 밝히는 말을 찾아낼 수 있음은 기쁜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3211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4669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7836 

    ‘돌미’와 ‘살미’

  5. No Image 07May
    by 바람의종
    2010/05/07 by 바람의종
    Views 13194 

    ‘때식을 번지다’와 ‘재구를 치다’

  6. No Image 05Nov
    by 바람의종
    2007/11/05 by 바람의종
    Views 5311 

    ‘뛰다’와 ‘달리다’

  7. No Image 27Apr
    by 바람의종
    2010/04/27 by 바람의종
    Views 9458 

    ‘렷다’

  8. No Image 04Dec
    by 바람의종
    2009/12/04 by 바람의종
    Views 9858 

    ‘로서’와 ‘로써’

  9. No Image 06Jan
    by 바람의종
    2008/01/06 by 바람의종
    Views 7899 

    ‘막하다’

  10.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11/11/11 by 바람의종
    Views 8760 

    ‘말밭’을 가꾸자

  11. No Image 11Sep
    by 風文
    2022/09/11 by 風文
    Views 529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12. No Image 27Mar
    by 風文
    2024/03/27 by 風文
    Views 705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13. No Image 28Dec
    by 風文
    2023/12/28 by 風文
    Views 549 

    ‘며칠’과 ‘몇 일’

  14. No Image 01Dec
    by 바람의종
    2009/12/01 by 바람의종
    Views 10665 

    ‘몇 일’이 아니고 ‘며칠’인 이유

  15. No Image 10Feb
    by 바람의종
    2008/02/10 by 바람의종
    Views 7643 

    ‘모라’와 마을

  16. No Image 17May
    by 바람의종
    2010/05/17 by 바람의종
    Views 12807 

    ‘물멀기’와 ‘싸다’

  17. No Image 23Apr
    by 바람의종
    2010/04/23 by 바람의종
    Views 11741 

    ‘바드민톤’과 ‘아수한 이별’

  18. No Image 02Jun
    by 風文
    2023/06/02 by 風文
    Views 873 

    ‘부끄부끄’ ‘쓰담쓰담’

  19. No Image 11Oct
    by 바람의종
    2007/10/11 by 바람의종
    Views 8641 

    ‘부럽다’의 방언형

  20. No Image 14Jan
    by 바람의종
    2010/01/14 by 바람의종
    Views 11755 

    ‘붇다’와 ‘붓다’의 활용

  21. No Image 08Jun
    by 바람의종
    2010/06/08 by 바람의종
    Views 12434 

    ‘빼또칼’과 ‘총대가정’

  22. No Image 21Aug
    by 風文
    2022/08/21 by 風文
    Views 978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23.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751 

    ‘선진화’의 길

  24.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5 

    ‘수놈’과 ‘숫놈’

  25. No Image 25Oct
    by 風文
    2022/10/25 by 風文
    Views 937 

    ‘시끄러워!’, 직연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