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16 13:44

가(價)

조회 수 9142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價)

한자 ‘글자 자’(字)가 첫소리가 아닐 때는 된소리가 된다. ‘승자총통(勝字--)[승짜--]’ 관련 방송 뉴스에 바르지 않은 발음이 나왔기에 지난번 이 자리에서 살펴본 발음법이다. 내 은사는 고문자(高文子)[--자] 선생님, 옛글자는 고문자(古文字)[--짜] 등을 보기로 들기도 했다.


근데 두 가지 예외를 제대로 짚지 않고 넘어갔다. 하나는 수 관형사 뒤에서는 예사소리가 된다는 것. 글자 수를 한 자, 두 자, 스무 자, 서른 자…처럼 헤아릴 때는 [한자], [두자], [스무자], [서른자]이다. 자연현상으로부터 인륜 도덕에 이르는 지식 용어를 사언(四言) 고시(古詩) 250구 모두 1000자로 수록한 한문 학습 입문서 <천자문>(千字文)은 그래서 [-짜-]가 아니라 [-자-]이다. 예외의 다른 하나는 글자를 뜻하는 문자(文字)와 같은 표기인데 ‘예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한자로 된 숙어나 성구(成句) 또는 문장’의 뜻일 때는 [-자]가 된다는 것이다. ‘공자 앞에서 문자(文字) 쓴다’ 같은 속담이나 ‘선인의 문자향(文字香)을 좇는 삶’의 경우 [문자(향)]로 발음하는 게 맞다.

표기는 같지만 뜻에 따라 예사소리와 된소리가 되는 경우가 또 있다. 대표적인 게 ‘고가’이다. 높이 가로질러 세워 만드는 길 ‘고가(高架)도로’는 [고가--], 오래된 집은 고가(古家)[고가], 비싼 값은 고가(高價)[고까]이다. [고까도로]라 소리 내면 건설비 많이 들여 닦은 길이란 뜻이 된다. ‘미국발 악재’로 폭락한 주식 값은 주가(株價)[-까], 장 설 때 시작한 값은 시가(始價)[-까], 폐장할 때 값은 종가(終價)[-까]이다. 돈·가치를 떠올리면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다. 사자성어로 동가홍상(同價紅裳), 발음은 [-까--]. 이처럼 ‘값 가’(價)는 ‘자’(字)처럼 첫소리가 아닐 때 [-까]로 소리 난다.

‘가’와 ‘자’라고 쓰고 소리 환경에 따라 [까], [짜]로 읽는 게 우리 발음법의 세계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215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3769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30Apr
    by 바람의종
    2010/04/30 by 바람의종
    Views 12097 

    ‘통장을 부르다’와 ‘시끄럽다’

  5. No Image 16Jun
    by 風文
    2023/06/16 by 風文
    Views 983 

    ‘파바’와 ‘롯리’

  6. No Image 22Dec
    by 바람의종
    2011/12/22 by 바람의종
    Views 13295 

    ‘팜므파말’

  7. No Image 23Nov
    by 風文
    2022/11/23 by 風文
    Views 1539 

    ‘평어’를 쓰기로 함, 심심하다

  8. No Image 04Jan
    by 風文
    2024/01/04 by 風文
    Views 957 

    ‘폭팔’과 ‘망말’

  9. No Image 04Dec
    by 바람의종
    2009/12/04 by 바람의종
    Views 9412 

    ‘하므로’와 ‘함으로’

  10. No Image 16Mar
    by 바람의종
    2008/03/16 by 바람의종
    Views 5442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1. No Image 06Mar
    by 風文
    2023/03/06 by 風文
    Views 1368 

    “김”

  12. No Image 11Oct
    by 바람의종
    2010/10/11 by 바람의종
    Views 6467 

    “돈이 남으십니다”

  13. No Image 16Jan
    by 風文
    2024/01/16 by 風文
    Views 1069 

    “영수증 받으실게요”

  14. No Image 30Dec
    by 風文
    2023/12/30 by 風文
    Views 797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15.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16. No Image 26Oct
    by 風文
    2022/10/26 by 風文
    Views 1070 

    “힘 빼”, 작은, 하찮은

  17. No Image 26Dec
    by 風文
    2022/12/26 by 風文
    Views 1029 

    ○○노조

  18. No Image 07Mar
    by 바람의종
    2010/03/07 by 바람의종
    Views 8879 

    ㄹ는지

  19. No Image 23Apr
    by 바람의종
    2010/04/23 by 바람의종
    Views 11544 

    ㅂ불규칙 활용

  20. No Image 08Jun
    by 風文
    2020/06/08 by 風文
    Views 1508 

    美國 - 米國 / 3M

  21. 良衣·거리쇠

  22. No Image 05Jul
    by 風文
    2020/07/05 by 風文
    Views 1965 

    鬱陶項(울돌목) / 공짜 언어

  23. No Image 05Nov
    by 바람의종
    2012/11/05 by 바람의종
    Views 8575 

    龜의 독음

  24. 가 삘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