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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19:23

‘팜므파말’

조회 수 13253 추천 수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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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말’

 얼룩말의 ‘얼룩’은 무엇일까. 얼룩말은 ‘흰 몸통에 짙은 고동색 줄무늬가 있는 짐승’으로 알고 있던 내게 누군가 농 삼아 건넨 질문이다. 물음을 곱씹어 보니 즉답하기 어려웠다. 밝은 바탕에 짙은 줄무늬가 있는 건지, 짙은 바탕에 밝은 줄무늬가 드러나는 것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그 이후 풀지 못했던 숙제는 지난주에 접한 ‘어느 얼룩말의 죽음’을 통해 해결되었다. 신문에 실린 그레비얼룩말 사진을 보니 배가 하얬으니까. 그렇다. 얼룩말의 ‘얼룩’은 밝은 바탕에 줄무늬였다. 우리나라에 딱 한 마리 있던 이 그레비얼룩말은 ‘팜므파말’로 불리기도 했다. “동물원은 수컷 3마리와 합사시키려 했지만… 뒷발차기 공격으로 쇼크사시켰기 때문이다… 수컷 3마리를 연이어 죽음으로 몰고 가자 ‘팜므파탈’에 빗댄 ‘팜므파말’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ㅈ일보)

 ‘팜므파탈’(femme fatale)? 남성을 유혹해 죽음 등의 극한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치명적 여인’을 뜻하는 사회심리학 용어인 이 말은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작가들이 쓰기 시작한 뒤 미술·연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다. 최근에는 남성을 가리키는 반대 개념으로 ‘옴파탈’(homme fatale)이란 말도 등장했다. 여기에 기대어 ‘(수컷 여럿 잡은) 치명적인 말’의 뜻을 담아 별명을 붙인다면 ‘슈발(cheval) 파탈’쯤 되겠다. 하지만 말장난 삼아 가볍게 옮긴다면 ‘팜 파말’이라 쓰는 게 맞다. ‘치명적인(fatale) 여인(femme)’을 뜻하는 프랑스어를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옮기면 ‘팜므파탈’이 아니라 ‘팜 파탈’이니까. 마찬가지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도시 이름은 ‘칸느’ 또는 ‘깐느’가 아니라 칸(Cannes), 파리 여성은 ‘파리지엔느’가 아니라 파리지엔(Parisienne)이다.

 ‘애가 타도록 몹시 괴로워함. 또는 그렇게 괴롭힘. 특히 여자의 아름다움이 남자를 매혹하여 애가 타게 함’(표준국어대사전)의 뜻을 지닌 말이 있다. 뇌쇄(惱殺)이다. 뇌쇄적 여인, 팜 파탈을 갈음할 만한 표현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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