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2 10:26

'밖에'의 띄어쓰기

조회 수 8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밖에'의 띄어쓰기

주말 저녁, 외국의 어느 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TV로 보고 있었다. 한 소녀가 뭐라고 말을 하자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요.’라는 자막이 나타났다. 얼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다면 ‘이 안에’ 있단 말인가?

물론 그런 뜻이 아니다. 병든 부모님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 학교에도 못 가고 물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곧 펼쳐졌다. 그렇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라고 해야 한다. 둘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띄어쓰기 차이다. ‘밖에’를 앞 말과 띄어 쓸 때와 붙여 쓸 때는 의미가 달라진다.

앞 말과 띄어 쓰는 ‘밖에’는 명사 ‘밖’에 조사 ‘에’가 결합된 것으로, 일정한 범위나 한계 바깥을 의미한다. 이 ‘밖에’는 ‘안에’의 반대말이므로 ‘창 밖에 비가 내린다’는 말은 ‘창 안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고 ‘문 밖에 누가 왔다’는 ‘문 안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때 ‘밖’은 ‘안’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명사이므로 앞 말과 띄어 쓴다. 물론 다른 말이 앞에 나올 필요 없이 단독으로도 쓰인다. ‘밖에 오래 서 있었더니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가 그런 예이다.

이와 달리 항상 앞 말에 붙여 써야 하는 ‘밖에’는 ‘그것 말고는’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다. 뒤에는 반드시 부정적 뜻을 지닌 말이 온다. ‘동생이 하나밖에 없다’든가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처럼 쓴다. ‘동생이 하나밖에 있다’든가 ‘돈밖에 아는 구두쇠’ 같이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는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

위에 예로 든 TV 자막의 ‘밖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있다’로 바꾸어서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앞 말과 붙여 쓰는 조사임을 알 수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643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291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7835
3388 '매우''아주''몹시' 바람의종 2008.05.01 7676
3387 '명문'이라는 이름 / 가족의 의미 風文 2020.07.16 2341
3386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666
3385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933
3384 '밖에'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7.16 10885
»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844
3382 '받다'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18 25351
3381 '붓'의 어원 風文 2023.08.18 1163
3380 '사과'의 참뜻 / 사람의 짓 風文 2020.07.14 1904
3379 '상(上)' 띄어쓰기 바람의종 2012.06.13 10120
3378 '숫'을 쓰는 동물 바람의종 2012.09.25 9925
3377 '식해(食)'와 '식혜(食醯)' 바람의종 2009.02.22 7478
3376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바람의종 2008.04.22 9730
3375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上) 바람의종 2008.06.21 6762
3374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下) 바람의종 2008.06.23 5887
3373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中) 바람의종 2008.06.22 5394
3372 '연륙교'의 발음은? 바람의종 2012.01.06 10656
3371 '우레'가 운다 바람의종 2008.05.25 7750
3370 '이' '히' 거참 헷갈리네 바람의종 2008.07.03 6962
3369 '이/가' '을/를' 바람의종 2009.03.27 5471
3368 '자처'와 '자청' 바람의종 2011.05.01 9028
3367 '작'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10.01 104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