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4.30 22:33

디려놓곡 내여놓곡

조회 수 5656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디려놓곡 내여놓곡

고장말

‘-곡’은 표준어 ‘-고’에 대응하는 제주말이다. ‘-고’는 주로 두 가지 이상의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거나(물이 맑고 차다), 어떤 한 사실이 후에 일어난 사실의 원인이 됨을 나타내는 말이다.(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졌다) 그런데 제주말에서는 앞쪽의 뜻으로만 ‘-곡’이 쓰인다는 점이 표준어의 ‘-고’와는 다르다. “그놈들이 다 물러가면 우리대로 잘 살곡 마음대로 해산물도 잡앙 팔곡 헐 수 있는 거 아닙니까.”(<껍질과 속살> 현길언) “너의덜 말을 들어서 오라민 오곡 가라민 갈 것이냐!”(<한국구비문학대계> 제주편)

제주말 ‘-곡’은 이미 500여 년 전인 15세기에서부터 쓰이던 말로, 현대에 와서는 오로지 제주 지역에서만 살아남은 고장말이 되어버렸다. 15세기 당시 ‘-곡’은 ‘-고’를 강조하여 말할 때 쓰는 말이었다고 한다. “어마니미 니D샤Q 너희 出家N거든 날 F리곡 머리 가디 말라.”(<석보상절>)

표준어 ‘-고’에 대응하는 또다른 고장말은 ‘-구’이다. ‘-구’는 ‘-고>구’와 같은 변화를 겪은 고장말인데, ‘-고>구’의 변화는 ‘삼촌’을 ‘삼춘’, ‘고모’를 ‘고무’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구’는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전북의 전주 이북 지역 제외)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쓰이는 말이다. “처먹어라 … 너 생각허구서 배 고푼 것두 안 먹구 애꼈다가 갖구 왔다!”(<쑥국새> 채만식) “간밤에는 집을 비여놓구 친구허구 색주가엘 가서 술 먹구 기집 끼구 놀구 그랬으니까 …”(<속 천변풍경> 박태원)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68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52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289
1540 이용과 사용 바람의종 2009.05.06 10008
1539 승부욕 바람의종 2009.05.06 8094
1538 말 목숨 바람의종 2009.05.06 4548
1537 갈매기 바람의종 2009.05.06 6507
1536 바람의종 2009.05.06 7783
1535 낸들, 나 자신, 내 자신 바람의종 2009.05.04 9085
1534 깃들다, 깃들이다 바람의종 2009.05.04 9683
1533 수구리 바람의종 2009.05.04 7271
1532 죽으깨미 바람의종 2009.05.04 7619
1531 삼촌, 서방님, 동서 바람의종 2009.05.02 11035
1530 벌써, 벌써부터 바람의종 2009.05.02 6078
1529 한테·더러 바람의종 2009.05.02 8683
1528 따오기 바람의종 2009.05.02 8114
1527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바람의종 2009.05.01 14434
1526 안치다, 안히다 / 무치다, 묻히다 바람의종 2009.05.01 15521
1525 파스 바람의종 2009.05.01 12757
1524 똥금이 바람의종 2009.05.01 6577
1523 외골수, 외곬으로, 투성이여서 바람의종 2009.04.30 9310
1522 닥달하다, 원활 바람의종 2009.04.30 8579
» 디려놓곡 내여놓곡 바람의종 2009.04.30 5656
1520 험담 바람의종 2009.04.30 6559
1519 비둘기 바람의종 2009.04.14 61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