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4.14 04:21

비둘기

조회 수 6106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비둘기

짐승이름

어느 해 겨울이었다. 월출산 구림 마을 성기천 가에서 어여쁜 처자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자꾸 빨래에 와 부딪쳐, 처자는 기겁을 하며 방망이로 밀어낸다.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이상한 물체가 자꾸 달려든다. 호기심이 생긴 처자는 그것을 건져냈다. 커다란 오이였다. 먹음직스러워 별생각 없이 오이를 먹었다. 그날 이후 처자에게 태기가 있었고, 달이 차서 아이를 낳았다. 어이없고 부끄러운 일. 부모와 상의한 끝에 남몰래 뒷산 대밭에 아기를 버렸으나 어미 정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레째, 처자는 남몰래 아기 버린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비둘기가 감싸고 학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으며 아기가 살아 있는 게 아닌가. 비로소 하늘이 내린 아기라고 깨달아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 이 아이가 자라 신라 말 이름난 스님이자 학자였던 도선 국사가 되었다.

비둘기는 본디 ‘비다리’(弼陀里·계림유사) 혹은 ‘비두로기’(유구곡), ‘비두리’(월인석보)였다. 비두로기에서 소리가 줄어 비둘기가 되어 오늘에 쓰인다. 비둘깃과에 드는 새를 모두 일러 비둘기라 한다. 풀이에 따라서는 소리를 흉내낸 ‘비둘’에 뒷가지 ‘-이’가 붙어 된 말로 본다. 더러는 앞가지 ‘비’(非)에 ‘다라’(鷄·닭)가 붙어 이뤄진 말로 보기도 한다. 닭과 비슷하나 같지 않은 새들을 일러 비둘기로 불렀을 수도 있겠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62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49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237
1540 이용과 사용 바람의종 2009.05.06 10008
1539 승부욕 바람의종 2009.05.06 8094
1538 말 목숨 바람의종 2009.05.06 4548
1537 갈매기 바람의종 2009.05.06 6507
1536 바람의종 2009.05.06 7783
1535 낸들, 나 자신, 내 자신 바람의종 2009.05.04 9085
1534 깃들다, 깃들이다 바람의종 2009.05.04 9683
1533 수구리 바람의종 2009.05.04 7269
1532 죽으깨미 바람의종 2009.05.04 7619
1531 삼촌, 서방님, 동서 바람의종 2009.05.02 11035
1530 벌써, 벌써부터 바람의종 2009.05.02 6078
1529 한테·더러 바람의종 2009.05.02 8683
1528 따오기 바람의종 2009.05.02 8114
1527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바람의종 2009.05.01 14434
1526 안치다, 안히다 / 무치다, 묻히다 바람의종 2009.05.01 15521
1525 파스 바람의종 2009.05.01 12757
1524 똥금이 바람의종 2009.05.01 6577
1523 외골수, 외곬으로, 투성이여서 바람의종 2009.04.30 9310
1522 닥달하다, 원활 바람의종 2009.04.30 8579
1521 디려놓곡 내여놓곡 바람의종 2009.04.30 5652
1520 험담 바람의종 2009.04.30 6556
» 비둘기 바람의종 2009.04.14 61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