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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8 11:10

美國 - 米國 / 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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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國 - 米國

“영길리국(英吉利國), 애란국(愛蘭國), 사객란국(斯客蘭國)이 합쳐져 한 나라를 이루었기 때문에 대영국(大英國)이라고 부르고, 국왕의 성은 위씨(威氏)이며….”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와 윌리엄 4세를 한자로 옮긴 이름이 그럴듯하다. 순조32년(서기 1832년) 7월21일치 <조선왕조실록>의 한 대목이다. 기록이 있던 날 이후 180여년이 흐른 오늘, ‘대영국’은 변함없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결과 ‘독립안 부결’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영란’(英蘭)은 ‘잉글랜드’를 음역한 것이라 하면서 ‘미국, 독일, 호주, 태국은 여전히 음역어로 통하는 나라’라 했다. 그랬더니 “미국도?”, “다른 나라는 그럴듯한데 ‘미국’은 어떤 이름을 옮긴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美國’과 ‘米國’으로 달리 표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묻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미국’을 뜻하는 한자이름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아묵리가’(亞墨利加), ‘아미리가’(亞美里加)처럼 ‘아메리카’와 비슷한 게 있고, ‘미리가’(美理哥), ‘미리견’(美利堅·彌利堅·米利堅)처럼 원이름이 알쏭한 것이다. ‘America’의 발음이 첫음절 ‘어’는 약하게, 악센트가 있는 둘째 음절 ‘메’는 강하게 들리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美國’, 일본은 ‘米國’이라 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옛 신문을 훑어보면 ‘美國’과 ‘米國’이 외국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고종 때부터 순조 즉위년(1907년)까지는 ‘美國’이다가 1908년부터 ‘米-’로 기록된다. 일제강점기 ‘米國’은 광복 후 미 군정기를 거치면서 다시 ‘美國’이 된다. ‘美國’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米國’은 ‘쌀이 많이 나는 나라’라는 이야기는 제 나름의 생각을 담아 갖다 붙인 것이다. ‘아세아’(亞細亞)와 같이 음역은 ‘한자를 가지고 외국어 음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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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어느 대기업 사장이 시설 담당자를 불러 호통쳤다. “우리가 테이프 만드는 회사인가? 안내판 표기 제대로 못 하면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어찌 만들 수 있겠는가!” 주차장 천장 높이 안내판의 ‘3M’이 문제였다. 이것은 다국적기업의 회사 이름이고, 단위로 해석하면 ‘3메가(M, 백만)’가 된다. 안내판은 ‘3m’로 바로잡혔다. 그 일은 사내 문서는 물론 소비자를 위한 제품 설명서도 쉽고 바른 문장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단위를 밝히는 기호는 전문 영역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바루어 써야 ‘뒤탈’이 없다.

도량형 표준화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에 즈음해 시작되었다. 토지 면적을 줄여 세금을 적게 내려는 귀족의 꼼수에 맞서기 위한 필요성 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1791년 프랑스 국민회의는 과학아카데미에 십진법에 기초한 측정법을 보고하도록 했다. 길이에 미터(m), 무게에 킬로그램(㎏), 시간에 초(s, second)를 기준으로 삼은 ‘엠케이에스(MKS) 시스템’은 여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 국제단위계(SI)는 1960년 국제 도량형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국제단위계의 기본 단위는 길이(m, 미터), 질량계(㎏, 킬로그램), 시간(s, 초), 전류(A, 암페어), 온도(K, 켈빈), 물질량(mol, 몰), 광도(cd, 칸델라)의 일곱 개다. 단위 기호와 접두어는 로마자 소문자로 쓰는 게 원칙이지만 고유명사(인명)에서 온 경우에는 대문자를 허용한다. 넓이(㎡)는 ‘제곱미터’, 부피(㎥)는 ‘세제곱미터’로 읽는다. ‘평방’과 ‘입방’은 쓰지 않는다. ‘m/s’의 이름은 ‘미터 매 초’이지만 읽을 때는 ‘초당 *미터’라 하면 된다.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백삼십칠 킬로미터 퍼 아워(137㎞/h)’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교통사고 조사 결과를 전한 ㅇ케이블의 한 대목이다. ‘퍼’(per)와 ‘아워’(hour)는 영어이다. ‘시속 137킬로미터’라 해야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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