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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갈비 - 갈비찜

한가위 즈음이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와 프로그램이 있다. ‘귀성길’, ‘차례상차림’, ‘제수용품 가격’, ‘선물세트’ 따위를 소재로 삼은 것들이다. 엊그제 뉴스는 여기에 새로운 시선을 더했다. ‘달라진 추석 풍속도’를 다룬 것이다. “‘추석’ 연관 검색어를 분석해보니 ‘차례’, ‘귀성’, ‘고향’보다 ‘여행’, ‘레저’의 빈도가 3배 높았고 ‘성형’도 빠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민속 명절’에서 ‘가을 휴가’로 바뀌어 가는 세태를 보도했다. 그래도 변함없는 게 ‘추석 선물’이다. 명절 선물에서 빠지지 않는 ‘갈비세트’는 구이용과 찜, 탕거리에 따라 ‘불갈비’와 ‘찜갈비’, ‘탕갈비로 구분해 판다. ‘갈비구이’와 ‘갈비찜’, ‘갈비탕’ 같은 음식 이름과 구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1984년 신문에 ‘불갈비는 고기량이 많고 찜갈비는 지방이 많으며 탕갈비는 뼈가 많다’(경향신문), ‘불갈비(킬로그램당 8천원), 국갈비(˝ 3천원)…’(동아일보)가 보인다. 재료로써 ‘○+갈비’는 오래전부터 쓰인 셈이다. 사전은 ‘찜’의 뜻과 쓰임을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찐 음식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제시한다. 사전까지 끌어오지 않아도 된다. 갈비찜, 게찜, 계란찜, 북어찜, 생선찜, 닭찜, 아귀찜, 애저찜…. 이처럼 음식 이름은 ‘○+찜’의 형태이다. ‘찜+○’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을 가리키는 ‘찜갈비’와 ‘찜닭’은 어떻게 봐야 할까.

‘찜갈비’의 고향은 대구의 ‘동인동 찜갈비 골목’이다. ‘동인동 찜갈비’는 갈비찜과 달리 ‘경상도 음식답게’ 맵다는 게 특징이다. 2002 월드컵 경기가 대구에서 열리면서 널리 알려진 음식이다. ‘찜닭’의 본고장은 경북 안동 구시장의 ‘찜닭골목’이다. ‘안동찜닭’이 개발되기 전인 1980년대까지 ‘통닭골목’으로 불린 곳이다. ‘(동인동)찜갈비’와 ‘(안동)찜닭’은 고유명사이다. 갈비찜과 닭찜의 한 종류인 ‘찜갈비’, ‘찜닭’을 일반화해 가리키는 것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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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행

야트막한 언덕 위 시계탑 건물의 강의실. 학창시절에 전공과목을 듣던 곳이다. 영시를 강의하던 교수는 ‘애란’ 얘기를 할 때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예이츠를 배울 때였을 것이다.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을 읽을 때도 ‘애란’은 빠지지 않았고, <고도를 기다리며> 강독 시간에도 그러했다. 제임스 조이스, 사뮈엘 베케트의 고향이 ‘애란’이기 때문이다. 영어 ‘아일랜드’, 게일어 ‘에이레’보다 한자 음역어 ‘애란’(愛蘭)이라 부르는 게 왠지 그 나라 정서에 어울리는 것 같았던 시절의 일이다.

불란서(프랑스), 이태리(이탈리아), 서반아(스페인), 희랍(그리스), 화란(네덜란드), 파란(폴란드), 서전(스웨덴), 오지리(오스트리아), 애급(이집트), 아라사(러시아), 토이기(터키) 따위는 널리 쓰인 한자 음역어이다. 앞 글자를 딴 ‘불’(佛, 프랑스), ‘화’(和, 네덜란드), ‘인니’(印尼, 인도네시아), ‘마’(馬, 말레이시아) 같은 표현도 신문에 자주 등장했다. 미국, 독일, 호주, 태국, 인도 그리고 영국은 여전히 음역어로 통하는 나라이다.

영국의 정식 명칭은 ‘대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를 통틀어 이르는 ‘브리튼’과 아일랜드 섬 북쪽 일부 지역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는 ‘유케이’(UK), ‘지비’(GB)로 줄여 표기하기도 한다. 영국(英國)은 ‘잉글랜드’의 음역어 ‘영란’(英蘭)에서 온 말이다. ‘뱅크 오브 잉글랜드’(BOE, Bank of England)를 ‘영란은행’으로 번역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에 즈음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는 ‘BOE’를 ‘영란은행’, ‘영국은행’, ‘영국중앙은행’으로 달리 이른다. ‘한 은행, 다른 이름’? 하나로 정한다면 ‘영국(중앙)은행’이 어떨까 싶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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