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4.26 10:49

용찬 샘, 용찬 씨

조회 수 7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용찬 샘, 용찬 씨

우리 과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나를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 ‘용찬 샘’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아무리 봐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용찬 샘’을 ‘용찬 선생님’으로 고쳐 부르거나 가리켜 이른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아랫사람인 학생이 윗사람인 나를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에는 그냥 ‘선생님’이라 하거나, 성명 뒤에 ‘선생님’을 붙여 ‘박용찬 선생님’이라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예의에 맞는다. 간혹 이름을 뺀 성 뒤에 ‘선생님’을 붙여 ‘박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박용찬 선생님’이라 하는 것이 더 예의에 맞는다. 이는 외국 사람을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또는 ‘오마바 대통령’이라 하지 ‘버락 대통령’이라 하지 않는다.

한편 우리말에는 그 사람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쓰이는 ‘씨’가 있다. 그런데 ‘씨’는 더 이상 ‘높임’의 의미를 갖는 말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윗사람이 아닌,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박용찬 씨’ ‘용찬 씨’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데서 얼마간 알 수 있다. ‘씨’가 ‘높임’의 의미를 잃게 됨에 따라 20세기 중반부터 그 사람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씨’대신 ‘님’이 쓰여 왔다. 비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 위해 ‘용찬 님’을 쓰기도 한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예의에 맞는 부름말과 가리킴말을 골라 써야 한다. 비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 위해, 덜 예의를 차린 부름말과 가리킴말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친근함을 넘어서서 결례가 되는 말이라면 그 사용을 삼가야 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877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565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354
3344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536
3343 말 많은 거짓말쟁이 챗GPT, 침묵의 의미를 알까 風文 2023.06.14 921
3342 망신 風文 2023.06.09 945
3341 이 자리를 빌려 風文 2023.06.06 845
3340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746
3339 김 여사 風文 2023.05.31 803
3338 프로듀사 風文 2023.05.30 1021
3337 예민한 ‘분’ 風文 2023.05.29 827
3336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986
3335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855
3334 ‘이’와 ‘히’ 風文 2023.05.26 717
3333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838
3332 단골 風文 2023.05.22 1000
3331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801
3330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833
»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709
3328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936
3327 너무 風文 2023.04.24 949
3326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514
3325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552
3324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653
3323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71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