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09 16:54

산막이 옛길

조회 수 4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산막이 옛길

내 고향은 충북 괴산으로, 수려한 자연 경관을 빼곤 딱히 더 내세울 게 없는 곳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화양계곡, 선유동계곡, 쌍곡계곡 등이 여름휴가 장소로 이름을 얻기 시작하면서 여름철엔 외지인으로 북적북적해졌다. 얼마 전부터는 ‘산막이 옛길’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산막이 옛길’은 산막이 마을로 가는 총 10리의 옛길을 이르는데, 괴산군에서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복원해 놓은 산책길이다.

산책길로는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 제천의 ‘자드락길’, 강릉의 ‘바우길’ 등이 유명하다. 최근 올레길, 둘레길, 자드락길, 바우길 등으로 산책을 떠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그렇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색 있는 산책길을 개발하여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그런데 산책길의 이름 대부분은 고유어나 그 지역의 방언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둘레길’의 ‘둘레’는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를 뜻하는 고유어이고, ‘자드락길’의 ‘자드락’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반면 ‘올레길’의 ‘올레’는 ‘골목’의 제주도 방언이고, ‘바우길’의 ‘바우’는 ‘바위’의 강원도 방언이다. ‘산막이 옛길’의 ‘산막이’는 ‘산(이) 막다’에서 파생된 말이므로 고유어로 볼 수 있다.

산책길의 이름으로 고유어나 방언이 활용되는 건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상품, 가게, 아파트 등의 이름 짓기에서는 외래어나 외국어가 더 널리 활용되기 때문이다. 많은 산책길이 특정 지역의 관광 명소로 개발된 데 말미암은 것이리라!

여하튼 고유어가 제한적이나마 대접을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어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이 좀 더 확대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862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549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235
3388 흰 백일홍? 風文 2023.11.27 781
3387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671
3386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638
3385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729
3384 내색 風文 2023.11.24 520
3383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653
3382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595
3381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604
3380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777
3379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703
3378 까치발 風文 2023.11.20 779
3377 쓰봉 風文 2023.11.16 604
3376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518
3375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750
3374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795
3373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606
3372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619
3371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709
3370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831
3369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817
3368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553
3367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8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