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2.21 17:55

가던 길 그냥 가든가

조회 수 48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던 길 그냥 가든가

“딴 여자 찾아보던가/ 아니면 가던 길 지나가던가” 요즘 인기 있는 걸 그룹의 노래 가사다. 노래만 들을 때는 몰랐는데 텔레비전 화면에 가사가 자막으로 나오니 잘못된 표기가 눈에 띈다. 바로 ‘찾아보던가, 지나가던가’의 ‘던가’인데, ‘든가’로 써야 맞다. 그러면 ‘가던 길’도 ‘가든 길’로 써야 하나? ‘던’과 ‘든’은 발음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데 쓰임이 다른 말이므로 구분해서 써야 한다.

‘던’은 지난 일을 나타내는 ‘더’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붙어서 된 말로, 앞말이 과거에 일어난 일임을 나타낸다. ‘새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크다’거나 ‘깊던 물이 얕아졌다’처럼, ‘던’은 항상 과거와 관련 있는 상황에 쓰인다. 이 문장들에서 ‘살던’ 일은 지금이 아닌 과거의 일이고, 물이 깊었던 것도 이미 지나간 시절의 일이다.

‘든’은 ‘든지’ 또는 ‘든가’가 줄어진 말로, 선택과 관련된 상황에서 쓰인다.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마음대로 해라’ ‘어디서 무엇을 하든 이것만은 기억하기 바란다’처럼 여러 대상들 중에 무엇이든 선택이 가능할 때 쓴다. 위 첫 번째 예문은 노래를 부르는 일과 춤을 추는 일 중에서 무엇을 해도 좋다는 의미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둘 이상이 직접 나열되진 않았지만 ‘어디서 무엇을’이라는 말이 다양하게 열린 가능성을 나타내므로 역시 선택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인용한 노래 가사는 ‘딴 여자를 찾든지 말든지’ ‘가던 길을 계속 가든지 말든지’ 상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선택의 ‘든’을 사용해서 ‘찾아보든가, 지나가든가’로 써야 맞다. 다만 ‘가던 길’의 ‘던’은 길을 걸어가는 행위가 잠시 전이긴 하지만 분명히 과거의 일이므로 ‘던’을 쓰는 게 맞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28912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75787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0506
    read more
  4.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Date2024.05.10 By風文 Views11
    Read More
  5.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Date2024.05.10 By風文 Views5
    Read More
  6. 서거, 별세, 타계

    Date2024.05.08 By風文 Views8
    Read More
  7. ‘수놈’과 ‘숫놈’

    Date2024.05.08 By風文 Views5
    Read More
  8.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Date2024.03.27 By風文 Views460
    Read More
  9. 갑질

    Date2024.03.27 By風文 Views436
    Read More
  10. 웃어른/ 윗집/ 위층

    Date2024.03.26 By風文 Views430
    Read More
  11. 온나인? 올라인?

    Date2024.03.26 By風文 Views407
    Read More
  12. 가던 길 그냥 가든가

    Date2024.02.21 By風文 Views483
    Read More
  13. ‘끄물끄물’ ‘꾸물꾸물’

    Date2024.02.21 By風文 Views373
    Read More
  14. 배레나룻

    Date2024.02.18 By風文 Views451
    Read More
  15. ‘요새’와 ‘금세’

    Date2024.02.18 By風文 Views438
    Read More
  16.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Date2024.02.17 By風文 Views420
    Read More
  17. 내 청춘에게?

    Date2024.02.17 By風文 Views439
    Read More
  18. 금수저 흙수저

    Date2024.02.08 By風文 Views473
    Read More
  19. 김치 담그셨어요?

    Date2024.02.08 By風文 Views528
    Read More
  20. 바람을 피다?

    Date2024.01.20 By風文 Views633
    Read More
  21. ‘시월’ ‘오뉴월’

    Date2024.01.20 By風文 Views433
    Read More
  22. “영수증 받으실게요”

    Date2024.01.16 By風文 Views573
    Read More
  23. ‘도와센터’ ‘몰던카’

    Date2024.01.16 By風文 Views514
    Read More
  24.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Date2024.01.09 By風文 Views543
    Read More
  25. 헷갈리는 맞춤법

    Date2024.01.09 By風文 Views53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