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0 05:57

부리다와 시키다

조회 수 8123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부리다와 시키다


‘부리다’에는 아주 다른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재주를, 꾀를, 멋을, 어리광을, 말썽을, 심술을, 기승을 부리다 같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것을 겉으로 드러내 떨친다”는 뜻이다. 이런 ‘부리다’는 ‘피우다’와 매우 비슷해서 ‘재주를 피우다’ ‘어리광을 피우다’처럼 그 자리에 곧장 바꾸어 써도 괜찮다. ‘부리다’에는 이와 아주 다른 뜻이 하나 더 있다. 이런 뜻의 ‘부리다’는 ‘시키다’와 비슷하다. 이때 ‘부리다’는 ‘시키다’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뜻으로만 보아서는 ‘부리다’와 ‘시키다’가 서로 다를 것이 없는 낱말이라 하겠다.

그러나 ‘부리다’와 ‘시키다’는 쓰임새가 아주 다르다. 이들 두 낱말의 뜻인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월은 ①무엇을 ②하도록 ③한다는 세 낱말로 이루어졌는데, ‘시키다’는 ‘①무엇을’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고 ‘부리다’는 ‘②하도록’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다. ‘시키다’는 [일]에 걸어서 쓰고, ‘부리다’는 일하는 [힘]에 걸어서 쓴다. [일]을 시키고, 일하는 [힘]을 부린다는 말이다. [심부름]을 시키고, 심부름하는 [사람]을 부린다. [밭갈이]를 시키고, 밭갈이하는 [소]를 부린다. [쓰레기 청소]를 시키고, 쓰레기 청소하는 [청소차]를 부린다. 사람에게든 짐승한테든 기계한테든 [일]을 시키고, 사람이든 짐승이든 기계든 일하는 [힘]을 부린다. “아무개에게 시켰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그것은 “아무개에게 청소를 시켰다”에서 [일]인 “청소를” 감추고 한 말일 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658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310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8034
1958 도로아미타불 바람의종 2008.02.05 8067
1957 야단벼락/혼벼락 바람의종 2007.11.04 8069
1956 필요한 사람?/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8 8070
1955 쇠발개발, 오리발, 마당발 바람의종 2008.09.09 8070
1954 마개와 뚜껑 바람의종 2008.02.04 8071
1953 삼복더위 바람의종 2009.03.04 8071
1952 그대 있음에 바람의종 2009.02.20 8072
1951 치고박고 바람의종 2009.03.26 8073
1950 ~이라야, ~이래야 바람의종 2010.04.13 8073
1949 않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3.14 8075
1948 '날으는' 과 '나는' 바람의종 2008.06.09 8079
1947 빈대떡 바람의종 2010.09.01 8080
1946 해오라기난초 바람의종 2008.04.05 8081
1945 금지옥엽 바람의종 2007.10.31 8081
1944 니캉 내캉! 바람의종 2008.10.24 8083
1943 김치 속 / 김치 소 바람의종 2008.07.26 8087
1942 시라소니 file 바람의종 2010.01.09 8094
1941 촌지 바람의종 2007.10.25 8094
1940 눈높이 바람의종 2008.04.09 8094
1939 갸냘픈 바람의종 2012.08.01 8095
1938 호구 바람의종 2007.09.28 8096
1937 열 딸라 바람의종 2008.05.27 80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