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6 20:57

말과 공감 능력

조회 수 10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과 공감 능력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든지 자신의 언어, 곧 국어를 사용할 줄 안다. 또 외국어 사용 능력까지 갖춘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어 사용 능력이라 하면 ‘그까짓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반면에 외국에서 오래 활동도 하고 외국어도 잘하면 선망의 눈길을 보낸다. 외국어 능력을 국어 능력보다 더 귀히 여기는 것이다.

또 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대개는 ‘편협한 애국주의’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활용도가 높은 언어는 국어이고 외국어 능력은 주로 특이하고 독특한 업무와 관련이 된다. 외국어를 할 때는 문법, 발음, 어휘 같은 언어 소재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지만 국어 능력에는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다른 것이 있다. 바로 ‘공감 능력’이다. 국어가 외국어보다 더욱 중요한 까닭은 애국심에서가 아니라 공감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기관이나 학교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하고 귀국했을 때 좀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 까닭은 오랜 동안 멀어졌던 ‘분위기’에 공감을 못하거나 상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해서이다. 적당히 맞장구만 쳐 주면 공감할 것 같지만 그게 쉽지 않다. 오히려 노력할수록 더 어색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발하고 이질감만 느끼게 한다.

공감 능력은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살아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는 법을 터득했을 때 얻어진다. 너무 오랜 세월 해외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귀국해서 대중친화적인 일을 하려면 일정한 재학습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오래되고 이질화된 논조에 어수룩한 화법, 동시대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언행은 서로간의 간극만 확인시켜주고 그간에 쌓아올린 긍정적인 면모를 하찮게 만들어 버릴 가능성이 많다.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550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200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7186
3348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020
334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1021
3346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021
3345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021
334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024
3343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024
3342 상석 風文 2023.12.05 1024
3341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025
3340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025
3339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028
3338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028
3337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029
3336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1029
3335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031
3334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032
3333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035
3332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1036
3331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037
3330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037
3329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039
3328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1040
3327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04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