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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19:41

헤로인 / 슈퍼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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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인

“소리 없는 항의가 퍼져나갔다. ‘볼만하다 해서 갔더니 칼질 장면만 나오더라’는 볼멘소리였다.” 2007년 일부 관객의 반응을 전한 영화 관계자의 말이다. 같은 때 개봉한 ‘색계’를 ‘식객’으로 잘못 알고 관람한 이들이 제법 되었던 모양이다. 이 영화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탕웨이가 한국 감독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매체들은 ‘한·중 정상회담’을 머리기사로 다루지만 인터넷은 ‘한·중 겹사돈’ 소식으로 뜨겁다. 한국 누리꾼이 ‘(중국 배우 가오쯔치와 결혼하는) 채림을 보내고, 탕웨이를 맞는다’는 글을 올리자 중국 ‘왕민( 民, netizen)’은 ‘전지현이나 송혜교라도 보내라’라며 응수했다고 한다.

‘영화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그의 히로인 중국 배우 탕웨이가…’(ㅁ 방송) 둘의 결혼 소식을 전한 ‘앵커 멘트’이다. ‘감독과 그의 히로인’이란 표현이 왠지 영화적으로 다가오지만 여주인공은 ‘히로인’이 아닌 ‘헤로인’이어야 한다. 남자 주인공은 ‘히어로(hero)’, 여자 주인공은 ‘헤로인(heroine)’이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여걸, 여장부’라는 뜻의 영어 ‘heroine[h rouin]’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헤로인’이다”.(국립국어원 누리집)

‘헤로인’ 자리에 ‘히로인’이 널리 쓰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마약(헤로인, heroin)과 발음이 같아서 꺼리는 게 아닐까”, “‘히어로’이니 ‘히로인’으로 미루어 짐작한 것”, “일본의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에 자주 등장하는 ‘여주인공(히로인 ヒロイン)’의 영향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마약의 한 종류를 ‘헤로인(ヘロイン)’으로 구별해 쓴다” 따위일 것이다. “‘헤로인’이 맞는 줄 몰랐다”처럼 싱거운 답도 빼놓을 수 없다. 뉴스 검색 결과는 여주인공의 뜻으로 ‘히로인’(1270건)이 ‘헤로인’(5건)보다 훨씬 많이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구글 검색) 여주인공 ‘헤로인’의 자리, 어떻게 찾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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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세이브

피파 월드컵이 끝났다. 한 달에 걸쳐 펼쳐진 대회의 마지막 경기는 유럽 대표 독일과 남미 대표 아르헨티나의 매치업(맞대결/대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전대회우승팀/직전우승팀)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4강전에 출전할 수 없다”는 브라질 팀닥터(팀전담의사/팀전속의사/팀주치의)의 진단에 네이마르는 베이스캠프(주훈련장/근거지)를 떠나야 했다. 그래서일까, ‘영원한 우승후보’는 잘 만든 세트피스(맞춤전술/각본전술)로 4강에 오른 독일에 7점이나 내주면서 무릎을 꿇었다. 이번 월드컵은 골문을 든든히 지킨 수문장의 활약이 두드러진 대회이기도 했다. 16강전에서 4강전까지 14경기 가운데 7경기의 최우수선수가 골키퍼였다. 나이지리아 수문장 에니에아마처럼 펀칭(쳐내기) 실수로 땅을 쳐야 했던 수문장도 있었다.

런던올림픽 때는 통했던 홍명보 감독의 4-2-3-1 전술은 3-5-2, 5-3-2, 4-3-3 등의 포메이션(대형/진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선진 축구를 감당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오르지 못해 ‘남의 월드컵’이란 소리를 듣기도 한 월드컵. 손흥민 선수는 귀국 인터뷰에서 “정말 아쉬운 월드컵이었다. 코칭스태프(코치진)와 팬들도 같으리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련 기사를 그러모아 월드컵의 대강을 돌아봤다. 괄호 안의 표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조별리그 경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일반 국민이 쉽게 의미를 알 수 있고 축구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을 담아 국립국어원이 다듬어 내놓은 축구용어다. 여기에 보탰으면 좋았을 용어가 있다. 축구 중계·뉴스에 등장이 잦아진 ‘슈퍼세이브’이다. 기왕에 잘 써오던 ‘(골키퍼) 선방’ 대신 이 말을 쓰는 까닭? ‘외래어(외국어)가 더 전문적으로 들린다’는 엇나간 인식 때문일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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