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1.16 08:08

‘통일’의 반대말

조회 수 12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통일’의 반대말

‘낮’의 반대는 ‘밤’, ‘살다’의 반대는 ‘죽다’. 반대말은 어떤 상태의 양쪽 끄트머리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그 사이에 있는 우여곡절은 놓치게 하지. ‘깨끗하다-더럽다’ ‘따뜻하다-차갑다’ ‘다정하다-무정하다’처럼 사회문화적인 평가가 담긴 말은 한쪽으로 마음이 쏠리게 하지.

'통일’의 반대말은 뭘까? ‘분단’이나 ‘분열’쯤 될 듯. 분단, 분열은 ‘쪼개지고 갈라졌다’는 부정적 감정을, 통일은 ‘하나되고 일치한다’는 긍정적 감정을 일으킨다. ‘우리의 소원’이기도 하니, 거역할 수 없는 지상명령이다. 통일만 된다면, 긴장과 대립은 사라지고 상처는 치유되며 온 세상에 일치와 단결의 함성이 드높아질 거라는 유토피아적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분단, 분열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일사불란한 통일을 좋아한다. 식당에서 ‘짜장면으로 통일!’을 외칠 때 뿌듯한 일체감을 느낀다. 통일은 엄연히 존재하는 차이를 가려야 성립한다. 그런 점에서 획일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반대편에 있는 ‘분단’, ‘분열’을 보자. 요즘 말로 바꾸면 ‘자유’나 ‘자치’라 하겠다. 각각의 자유가, 서로의 다름이 당당히 추구되고 성취되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그래도 함께할 구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이 떠올라야 ‘같은 말과 피’라는 민족적·유전자적 차원보다 진일보한 통일이 가능하리라. 우리에게 더 많은 권력 분산, 더 많은 지방색, 더 많은 자치가 필요하다. 통일과 자유, 자치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게 시대적 과제다. 반대말의 사이를 헤엄치며, 반대말을 뒤섞음으로써.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560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6977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4Oct
    by 風文
    2022/10/04 by 風文
    Views 1115 

    큰 소리, 간장하다

  5. No Image 28May
    by 風文
    2023/05/28 by 風文
    Views 1115 

    아이 위시 아파트

  6. No Image 06Feb
    by 風文
    2023/02/06 by 風文
    Views 1121 

    국가의 목소리

  7. No Image 10Nov
    by 風文
    2022/11/10 by 風文
    Views 1123 

    독불장군, 만인의 ‘씨’

  8. No Image 03Sep
    by 風文
    2021/09/03 by 風文
    Views 1128 

    옹알이

  9. No Image 15Jan
    by 風文
    2022/01/15 by 風文
    Views 1130 

    지도자의 화법

  10. No Image 23Sep
    by 風文
    2022/09/23 by 風文
    Views 1133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11. No Image 18Aug
    by 風文
    2023/08/18 by 風文
    Views 1137 

    '붓'의 어원

  12. No Image 08Jul
    by 風文
    2022/07/08 by 風文
    Views 1145 

    좋음과 나쁨, 제2외국어 교육

  13. No Image 02Nov
    by 風文
    2021/11/02 by 風文
    Views 1146 

    평등을 향하여

  14. No Image 06Mar
    by 風文
    2023/03/06 by 風文
    Views 1158 

    “김”

  15. No Image 25May
    by 風文
    2020/05/25 by 風文
    Views 1160 

    꼬까울새 / 해독, 치유

  16. No Image 01Jun
    by 風文
    2020/06/01 by 風文
    Views 1164 

    깻잎 / 기림비 1

  17. No Image 27May
    by 風文
    2020/05/27 by 風文
    Views 1165 

    교정, 교열 / 전공의

  18. No Image 09Jul
    by 風文
    2023/07/09 by 風文
    Views 1165 

    참고와 참조

  19. ‘-데’와 ‘-대’, 정확한 표현

  20. No Image 30May
    by 風文
    2020/05/30 by 風文
    Views 1180 

    매뉴얼 / 동통

  21. No Image 28Nov
    by 風文
    2022/11/28 by 風文
    Views 1180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22. No Image 09Sep
    by 風文
    2022/09/09 by 風文
    Views 1182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23. No Image 20Oct
    by 주인장
    2022/10/20 by 주인장
    Views 1184 

    납작하다, 국가 사전을 다시?

  24. No Image 09Jun
    by 風文
    2023/06/09 by 風文
    Views 1184 

    망신

  25. No Image 24May
    by 風文
    2020/05/24 by 風文
    Views 1187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