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28 15:56

삐지다, 삐치다

조회 수 12029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삐지다, 삐치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송곳은 주머니 속에 감추어도 저절로 삐져나오게 돼 있다는 데에서 생긴 말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알려짐을 이르는 말이다. '삐져나오다'는 '속에 있는 것이 겉으로 불거져 나오다'를 뜻한다. '속옷이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 '비닐봉지의 아래쪽 터진 곳으로 붓 한 자루가 삐져나와 있었다'처럼 쓰인다. 당연히 비슷한 뜻의 말이라고 알고 있는'삐지다'는 이와 달리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내다'를 의미한다. '김칫국에 무를 삐져 넣다' '꽁치찌개는 굵은 감자를 숭숭 삐져 넣고 푹 끓여야 제 맛이 난다' 등이 바르게 쓰인 예다.

문제는 이 '삐지다'를 많은 사람이 '성이 나서 마음이 토라지다'의 뜻으로 잘못 사용한다는 점이다. '지선이는 잘 삐져서 친구들이 같이 안 놀려고 한다.' '그렇게 조그만 일에 삐지다니 그 친구 큰일은 못할 사람일세그려.' '그 여자 한번 삐지면 되우 오래간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 이런 경우에는 '삐치다'를 써야 옳다.

'삐치다'에는 이 밖에 '일에 시달려 몸이나 마음이 몹시 느른하다'와 '글씨를 쓸 때 글자의 획을 비스듬히 내려쓰다'라는 뜻도 있다. 한편 '삐져나오다'는 '삐지다+나오다'로 구성된 말인데 이때의 '삐지다'는 그 의미가 '비어지다'(가려져 속에 있던 것이 밖으로 내밀어 나오다)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내다'의 뜻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이런 뜻의 '삐지다'는 아직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235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913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3832
1276 지리하다, 지루하다 바람의종 2008.12.26 10820
1275 쌓인, 싸인 바람의종 2008.12.27 23012
1274 간(間)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2.27 11445
1273 늑장, 늦장/터뜨리다, 터트리다/가뭄, 가물 바람의종 2008.12.27 13775
1272 기지개를 펴다, 피해를 입다 바람의종 2008.12.28 10998
» 삐지다, 삐치다 바람의종 2008.12.28 12029
1270 승락, 승낙 바람의종 2008.12.28 13634
1269 흉칙하다 바람의종 2009.02.02 15746
1268 ~마라 / ~말라 바람의종 2009.02.02 9470
1267 어리숙, 허수룩 / 텁수룩, 헙수룩 바람의종 2009.02.02 9166
1266 배식 바람의종 2009.02.03 7462
1265 담배를 피다 바람의종 2009.02.03 11160
1264 경사가 가파라서 바람의종 2009.02.03 11793
1263 색감 바람의종 2009.02.04 6358
1262 실업난 바람의종 2009.02.04 8506
1261 머지않아/멀지않아 바람의종 2009.02.04 10197
1260 하락세로 치닫다 바람의종 2009.02.05 12995
1259 단음절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2.05 8448
1258 수육, 편육, 제육 바람의종 2009.02.05 10250
1257 재(齋)/제(祭) 바람의종 2009.02.07 10887
1256 가겠소 / 가겠오 바람의종 2009.02.07 7554
1255 알은척 / 아는 척 바람의종 2009.02.07 1078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