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유감
풍전(豊田)이 있다. 일본 사람 이름이고, 땅 이름이며, 자동차회사 이름이다. 창업자 이름은 도요다, 본사가 있는 지명은 도요타, 한국에 세운 회사 이름은 토요타이다. 왜 그럴까. 창업자 이름 도요다 에이지(豊田英二·とよだ えいじ)는 일본 글자를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은 것이다. 이 사람이 세운 자동차회사가 있는 도시 도요타(とよた) 역시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은 것. 일본어 ‘と’[to]가 어두에 오면 ‘도’로 적는다. 동경(東京·とうきょう)을 도쿄라고 쓰는 것과 같다. 토요타는 한국법인 이름을 영어(TOYOTA) 그대로 읽어 ‘한국토요타자동차㈜’로 정하는 바람에 생긴 표기이다. 도요다, 도요타, 토요타. 이름은 하나인데 상황에 따라 달리 써야 하니 헷갈린다.
이런 일이 또 생겼다. 얼마 전 ‘한국지엠주식회사’로 간판을 바꾼 회사의 일이다. 사명 변경과 함께 내놓은 브랜드는 ‘쉐보레’이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에서 ‘Chevrolet’와 관련해 쓰고 있는 표기는 두 가지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미국의 자동차 레이서이자 설계 제조자 이름은 ‘셰브럴레이’이고, 그가 설계한 자동차 이름은 일본을 거쳐 들어온 표기(シボレ-)를 관용으로 인정한 ‘시보레’이다. “영어 발음과 유사하게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회사 쪽은 ‘쉐보레’에 [∫-] 소릿값은 없다는 걸 몰랐던 모양이다. ‘쉐’ 발음은 [swe]로서 ‘쇠/쇄’와 다르지 않기에 ‘쇠(쇄)보레’와 구별되지 않는다.(표준발음법 4항 ‘붙임’) 표기법에 어긋나고 발음도 엉뚱한 쉐보레. 그럼에도, 브랜드 이름이니 그대로 쓰고 읽을밖에.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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