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7.27 14:38

조회 수 9180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난 주말 강원도 철원 지장산 기슭에 있는 도연암에 다녀왔다. 생태동화작가 따라나선 길이었다. 거기서 도연스님이 거두어 돌보는 새끼 고라니를 만났다. 방 한가운데 주인인 양 퍼더버린 채 누워 있는 그의 이름은 ‘도란이’. 들고양이에게 물려 생사갈림길에 있던 걸 스님이 보살피고 있는 녀석이다. 깊은 눈동자 끔벅이며 주저앉아 있던 도란이가 가녀린 다리를 일으켜 세우더니 몇 걸음 내딛다 이내 뭉그러진다. 마음은 ‘겅중겅중’인데 몸은 말 그대로 ‘하체부실’이었다.

물끄러미 도란이를 바라보는 내 앞에 나를 그곳으로 이끈 작가가 슬그머니 책 한 권을 내밀었다. 경기도 고양시 백로마을을 지켜보며 엮어낸 책 <백로마을이 사라졌어>이다. 백로가 깃들여 사는 ‘솔수펑이’(소나무숲)의 생태를 이야기로 담아낸 것이다. ‘백로나 왜가리나, 두루미나 학이나 그냥 거기서 거기’라 치부하던 내게 그네들이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대백로, 황로, 왜가리, 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덤불해오라기, 알락해오라기처럼 사뭇 다른 실체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앎을 덤으로 귀띔해주었다. 토박이말이 건네는 살가운 느낌이었다.

치렛깃(몸치장을 위하여 붙어 있는 아름다운 깃), 날개깃(새의 날개를 이루고 있는 깃털) 따위의 말이 그랬다. ‘깃 깃 깃으로 끝나는 말’은 참으로 많았다. 발갯깃(김 따위에 기름을 찍어 바를 때 쓰는 꿩에서 떼어 낸 깃털), 빼깃(매의 꽁지 위에 표를 하려고 덧꽂아 맨 새의 깃), 솜깃(새의 보드라운 털), 칼깃(새의 날갯죽지를 이루는 빳빳하고 긴 깃)…. 오른손잡이가 쓰는 ‘좌궁깃’(새 오른쪽 날개깃으로 꾸민 화살 깃)도 있었다. 세상에, 쓰는 손에 따라 깃 결을 달리하다니! ‘신궁신화’는 헛된 게 아니었다. 오늘부터 우리 ‘메달밭’ 올림픽 양궁 경기가 시작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29379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76241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1001
    read more
  4. 헤라시보리

    Date2012.09.21 By바람의종 Views17183
    Read More
  5. 시보리

    Date2012.09.14 By바람의종 Views11879
    Read More
  6. 차지다 , 찰지다

    Date2012.09.04 By바람의종 Views15989
    Read More
  7. 화성돈

    Date2012.08.30 By바람의종 Views10614
    Read More
  8. 스포츠 중계

    Date2012.08.17 By바람의종 Views11518
    Read More
  9. 마린보이

    Date2012.08.13 By바람의종 Views12176
    Read More
  10. 아언각비

    Date2012.08.13 By바람의종 Views11361
    Read More
  11. Date2012.07.27 By바람의종 Views9180
    Read More
  12. 해장

    Date2012.07.23 By바람의종 Views13122
    Read More
  13. 일제피해여성

    Date2012.07.13 By바람의종 Views10997
    Read More
  14. 다대기, 닭도리탕

    Date2012.07.06 By바람의종 Views12969
    Read More
  15. 베짱이, 배짱이 / 째째하다, 쩨제하다

    Date2012.07.02 By바람의종 Views19613
    Read More
  16. 낱말장

    Date2012.06.22 By바람의종 Views9500
    Read More
  17. 에너지 음료

    Date2012.06.15 By바람의종 Views11464
    Read More
  18. 야단법석, 난리 법석, 요란 법석

    Date2012.06.11 By바람의종 Views18575
    Read More
  19. 응씨배

    Date2012.06.01 By바람의종 Views11328
    Read More
  20. -지기

    Date2012.05.30 By바람의종 Views11186
    Read More
  21. 함함하다

    Date2012.05.18 By바람의종 Views11028
    Read More
  22. 간절기

    Date2012.05.11 By바람의종 Views11995
    Read More
  23. 삼겹살의 나이

    Date2012.05.04 By바람의종 Views11885
    Read More
  24. 쇠고기

    Date2012.04.30 By바람의종 Views9959
    Read More
  25. 나무 이름표

    Date2012.04.20 By바람의종 Views1104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