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9603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베짱이, 배짱이 / 째째하다, 쩨제하다

열심히 일해 겨울 양식을 넉넉히 마련하는 녀석이 있다. 이웃에 사는 다른 녀석은 그저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노닐다가 하릴없이 겨울을 맞는다. 부지런한 녀석은 개미, 노니는 녀석은 베짱이. 이솝우화가 원전으로 알려진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담긴 이야기이다. 영어권에서는 <개미와 여치>, 일본에서는 <개미와 귀뚜라미>, 프랑스에서는 <개미와 매미>로 주인공이 바뀌긴 하지만 ‘부지런함-게으름’의 대비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겨울이 되고 먹을 것이 없어진 매미가 개미를 찾아가면 그동안 뭐 했느냐는 핀잔을 듣는다. 매미는 ‘열심히 노래해서 모두들 즐겁고 신명나게 만들어주었지’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일밖에 몰랐던 개미는 반성하고, 매미와 먹을 것을 나누며 즐겁게 겨울을 넘겼다”는 쿠바의 <개미와 매미> 같은 ‘반전 우화’도 여럿 만들어졌다.

유치원 선생님이 들려준 이 동화는 한동안 내게 <개미와 ‘배짱이’>로 기억되었다. 남들의 핀잔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뜻대로 즐길 줄 아는 ‘배짱 있는 녀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짱이’가 배짱과 관계없는 ‘베짱이’라는 걸 알게 된 때는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다음이었다. 알고 보니, 베짱이 이름은 길쌈과 관련 있는 것이었다.

베짱이 수컷은 울음소리로 암컷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앞날개를 이용해 암컷을 유인하는 소리를 낸다.(위키백과) 이 소리가 ‘베 짜는 소리’와 비슷해 유래한 게 ‘베+짜-+앙이’인 것이다. ‘-앙이’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사이니 베짱이는 곧 ‘베를 짜는 작은 동물’이란 뜻인 셈이다. ‘배짱이’처럼 ‘ㅔ’를 ‘ㅐ’로 잘못 알고 쓰는 말이 또 있다. 배짱과 맞선 뜻인 ‘쩨쩨하다’이다. 노래 ‘사노라면’의 널리 알려진 가사에 담긴 ‘째째하게’는 그래서 이렇게 바로잡아야 한다.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29138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0754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1Sep
    by 바람의종
    2012/09/21 by 바람의종
    Views 17183 

    헤라시보리

  5. No Image 14Sep
    by 바람의종
    2012/09/14 by 바람의종
    Views 11879 

    시보리

  6. No Image 04Sep
    by 바람의종
    2012/09/04 by 바람의종
    Views 15989 

    차지다 , 찰지다

  7. No Image 30Aug
    by 바람의종
    2012/08/30 by 바람의종
    Views 10610 

    화성돈

  8. No Image 17Aug
    by 바람의종
    2012/08/17 by 바람의종
    Views 11509 

    스포츠 중계

  9. No Image 13Aug
    by 바람의종
    2012/08/13 by 바람의종
    Views 12173 

    마린보이

  10. No Image 13Aug
    by 바람의종
    2012/08/13 by 바람의종
    Views 11361 

    아언각비

  11. No Image 27Jul
    by 바람의종
    2012/07/27 by 바람의종
    Views 9171 

  12. No Image 23Jul
    by 바람의종
    2012/07/23 by 바람의종
    Views 13119 

    해장

  13. No Image 13Jul
    by 바람의종
    2012/07/13 by 바람의종
    Views 10997 

    일제피해여성

  14. No Image 06Jul
    by 바람의종
    2012/07/06 by 바람의종
    Views 12969 

    다대기, 닭도리탕

  15. No Image 02Jul
    by 바람의종
    2012/07/02 by 바람의종
    Views 19603 

    베짱이, 배짱이 / 째째하다, 쩨제하다

  16. No Image 22Jun
    by 바람의종
    2012/06/22 by 바람의종
    Views 9497 

    낱말장

  17. No Image 15Jun
    by 바람의종
    2012/06/15 by 바람의종
    Views 11459 

    에너지 음료

  18.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12/06/11 by 바람의종
    Views 18570 

    야단법석, 난리 법석, 요란 법석

  19.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12/06/01 by 바람의종
    Views 11323 

    응씨배

  20.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12/05/30 by 바람의종
    Views 11179 

    -지기

  21. No Image 18May
    by 바람의종
    2012/05/18 by 바람의종
    Views 11020 

    함함하다

  22. No Image 11May
    by 바람의종
    2012/05/11 by 바람의종
    Views 11991 

    간절기

  23. No Image 04May
    by 바람의종
    2012/05/04 by 바람의종
    Views 11881 

    삼겹살의 나이

  24. No Image 30Apr
    by 바람의종
    2012/04/30 by 바람의종
    Views 9955 

    쇠고기

  25. No Image 20Apr
    by 바람의종
    2012/04/20 by 바람의종
    Views 11042 

    나무 이름표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