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5 15:06
벗어지다, 벗겨지다
조회 수 8009 추천 수 3 댓글 0
벗어지다, 벗겨지다
일반적으로 머리 숱이 적은 사람을 가리켜 '머리가 벗겨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머리가 벗겨지면 큰일난다. '머리가 벗어졌다'고 해야 옳다. '벗겨지다'는 '덮이거나 씌워진 물건이 외부의 힘에 의해 떼어지거나 떨어지다'(신발이 꽉 끼어 잘 벗겨지지 않는다), '사실이 밝혀져 죄나 누명 따위에서 벗어나다'(죽어서야 자식들에 의해 오명이 벗겨졌다)의 뜻인 반면, '벗어지다'는 '덮이거나 씌워진 물건이 흘러내리거나 떨어져 나가다'(신발이 커서 자꾸 벗어진다), '머리카락이나 몸의 털 따위가 빠지다'(머리가 벗어지다), '피부나 거죽 따위가 깎이거나 일어나다'(넘어져서 무릎이 벗어졌다), '때나 기미 따위가 없어져 미끈하게 되다'(촌티가 벗어지다)의 뜻이다.
'벗겨지다'는 '벗다'의 사동사 '벗기다'에, '벗어지다'는 '벗다'에 피동의 뜻을 가진 '-어지다'가 붙은 말이다. 그러므로 외부의 강제적인 힘에 의한 경우라면 '벗겨지다'라고 쓸 수 있지만, 강제적인 힘이 아니라면 '벗어지다'라고 써야 옳다.
첫 문장에서처럼 '머리가 벗겨졌다'고 하면 외부의 강제적인 힘에 의해 머리 가죽이 벗겨졌다는 끔찍한(?) 뜻이 되고 만다. 그 밖에 '옷이 커서 자꾸 벗겨진다/햇빛에 그을어 살갗이 벗겨진다'처럼 일반 사람들이 강제성이 없는 경우에도 '벗어지다'보다 '벗겨지다'를 훨씬 더 많이 쓰고 있지만 이는 어법에 어긋난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0697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77526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192234 |
1474 | ~이라야, ~이래야 | 바람의종 | 2010.04.13 | 8032 |
1473 | 노파심 | 바람의종 | 2007.06.12 | 8030 |
1472 | 널다리와 너더리 | 바람의종 | 2008.07.02 | 8029 |
1471 | 야단벼락/혼벼락 | 바람의종 | 2007.11.04 | 8023 |
1470 | 마개와 뚜껑 | 바람의종 | 2008.02.04 | 8022 |
1469 | 철부지 | 바람의종 | 2007.05.23 | 8022 |
1468 | 다믈사리·막생 | 바람의종 | 2008.06.11 | 8020 |
1467 | 삐리라 | 바람의종 | 2009.07.16 | 8016 |
» | 벗어지다, 벗겨지다 | 바람의종 | 2008.11.15 | 8009 |
1465 | 어딜 갈려고 | 바람의종 | 2009.12.18 | 8009 |
1464 | 객관적 | 바람의종 | 2010.06.19 | 8009 |
1463 | 날으는 비행기? | 바람의종 | 2010.01.27 | 8008 |
1462 | 엄리대수와 아시 | 바람의종 | 2008.02.20 | 8007 |
1461 | 따블 백 | 바람의종 | 2009.07.14 | 8007 |
1460 | 호구 | 바람의종 | 2007.09.28 | 8006 |
1459 | 좌우 | 바람의종 | 2009.05.12 | 8005 |
1458 | 날으는, 시들은, 찌들은, 녹슬은 | 바람의종 | 2009.07.10 | 8005 |
1457 | ~에게, ~와 | 바람의종 | 2010.05.28 | 8003 |
1456 | 수자리와 정지 | 바람의종 | 2008.05.23 | 7998 |
1455 | 각각 / 씩 | 바람의종 | 2010.02.28 | 7998 |
1454 | 수입산 | 바람의종 | 2009.09.21 | 7996 |
1453 | 아르바이트 | 바람의종 | 2010.02.06 | 79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