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다와 시키다
‘부리다’에는 아주 다른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재주를, 꾀를, 멋을, 어리광을, 말썽을, 심술을, 기승을 부리다 같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것을 겉으로 드러내 떨친다”는 뜻이다. 이런 ‘부리다’는 ‘피우다’와 매우 비슷해서 ‘재주를 피우다’ ‘어리광을 피우다’처럼 그 자리에 곧장 바꾸어 써도 괜찮다. ‘부리다’에는 이와 아주 다른 뜻이 하나 더 있다. 이런 뜻의 ‘부리다’는 ‘시키다’와 비슷하다. 이때 ‘부리다’는 ‘시키다’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뜻으로만 보아서는 ‘부리다’와 ‘시키다’가 서로 다를 것이 없는 낱말이라 하겠다.
그러나 ‘부리다’와 ‘시키다’는 쓰임새가 아주 다르다. 이들 두 낱말의 뜻인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월은 ①무엇을 ②하도록 ③한다는 세 낱말로 이루어졌는데, ‘시키다’는 ‘①무엇을’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고 ‘부리다’는 ‘②하도록’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다. ‘시키다’는 [일]에 걸어서 쓰고, ‘부리다’는 일하는 [힘]에 걸어서 쓴다. [일]을 시키고, 일하는 [힘]을 부린다는 말이다. [심부름]을 시키고, 심부름하는 [사람]을 부린다. [밭갈이]를 시키고, 밭갈이하는 [소]를 부린다. [쓰레기 청소]를 시키고, 쓰레기 청소하는 [청소차]를 부린다. 사람에게든 짐승한테든 기계한테든 [일]을 시키고, 사람이든 짐승이든 기계든 일하는 [힘]을 부린다. “아무개에게 시켰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그것은 “아무개에게 청소를 시켰다”에서 [일]인 “청소를” 감추고 한 말일 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5979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2431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197340 |
1650 | 부추? | 바람의종 | 2007.12.13 | 6023 |
1649 | 부처손 | 바람의종 | 2008.02.10 | 8548 |
1648 | 부처꽃 | 바람의종 | 2008.07.31 | 5845 |
1647 | 부질없다 | 風磬 | 2006.12.20 | 10433 |
1646 | 부지깽이 | 風磬 | 2006.12.20 | 6447 |
1645 | 부인, 집사람, 아내, 안사람 | 바람의종 | 2010.02.15 | 14061 |
1644 | 부엌떼기, 새침데기, 귀때기 | 바람의종 | 2009.02.10 | 7558 |
1643 | 부엌,주방,취사장 | 바람의종 | 2010.05.11 | 9035 |
1642 | 부엉이 | 바람의종 | 2009.03.01 | 6241 |
1641 | 부아가 난다 | 바람의종 | 2008.01.13 | 10332 |
1640 | 부수다와 부서지다 | 바람의종 | 2010.07.19 | 8095 |
1639 | 부사, 문득 | 風文 | 2023.11.16 | 711 |
1638 | 부분과 부문 | 바람의종 | 2010.05.13 | 11326 |
1637 | 부부 금실 | 바람의종 | 2007.11.06 | 7824 |
1636 | 부문과 부분 | 바람의종 | 2008.04.21 | 7750 |
» | 부리다와 시키다 | 바람의종 | 2008.01.20 | 8121 |
1634 | 부리나케 | 風磬 | 2006.12.20 | 7346 |
1633 | 부릅뜨다 | 바람의종 | 2010.01.11 | 8779 |
1632 | 부름말과 지칭 | 바람의종 | 2008.03.12 | 10778 |
1631 | 부럼 | 風磬 | 2006.12.20 | 7033 |
1630 | 부랴부랴 | 風磬 | 2006.12.20 | 5044 |
1629 | 부락, 마을, 동네 | 바람의종 | 2010.05.10 | 85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