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1.03 17:43

있다가, 이따가

조회 수 71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있다가, 이따가

요즘 약속은 대부분 문자로 이뤄진다. “그래, 그럼 이따가 거기서 만나.”라고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낼 때 고개를 갸웃거린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있다가’라고 써야 하나, ‘이따가’라고 써야 하나?

‘있다’라는 말이 있으니 ‘있다가’가 맞고, 소리 나는 대로 쓴 ‘이따가’는 틀린 표기일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있다가’와 ‘이따가’는 둘 다 맞는 표기다. 다만 뜻과 쓰임새가 다르므로 잘 구분해서 써야 한다.

‘있다가’는 ‘있다’의 어간 ‘있-’에 ‘먹다가, 자다가, 가다가’ 할 때의 ‘-다가’가 붙어서 된 말이다. ‘-다가’는 어떤 동작이나 상태가 지속되지 못하고 바뀌게 되는 상황에 쓰이는 연결어미다. 따라서 동사나 형용사 어간에 ‘-다가’가 붙으면 앞의 동작이나 상황이 달라짐을 나타내는 다른 서술어가 따라 나오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먹다가’가 쓰이면 ‘먹다가 잠이 들었다’든가 ‘먹다가 말았다’처럼 먹던 상황이 지속되지 못하고 장면이 달라지는 상황을 나타내는 서술어가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있다가’는 ‘어떤 장소에 머무르거나 존재하다가’ 또는 ‘어떤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가’ 등의 뜻을 나타내며 뒤에 장면의 전환을 나타내는 다른 서술어와 연결이 된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저녁에 친구를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든가 ‘음식을 삼키지 않고 입에 물고 있다가 뱉었다.’같이 쓰인다.

‘이따가’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를 뜻하는 부사이다. 어원적으로는 ‘있다가’로부터 나왔지만, 본뜻인 ‘존재하다’로부터 뜻이 상당히 멀어졌다고 판단하여 소리 나는 대로 적도록 하고 있다. ‘이따가 만나자’거나 ‘잠시 쉬었다가 이따가 다시 할게.’에서처럼 ‘잠시 후에’의 뜻을 나타낼 때 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100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787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2536
3278 쓰봉 風文 2023.11.16 692
3277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695
3276 바람을 피다? 風文 2024.01.20 695
3275 아줌마들 風文 2022.01.30 696
3274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698
3273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698
3272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698
3271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700
3270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700
3269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700
3268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701
3267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702
3266 혼성어 風文 2022.05.18 704
3265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707
3264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709
3263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710
3262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712
»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712
3260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717
3259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718
3258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720
3257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7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