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25 05:13

'우레'가 운다

조회 수 7720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레'가 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꽃'의 생성 비밀을 소재로 인생과 우주를 노래한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일부다. 인용한 시어 '천둥'과 같은 의미로 쓰는 우리말 중에 '우레'가 있다. '우레라니? 우뢰(雨雷)가 맞을 텐데'하며 미심쩍어하는 독자도 있을 게다. '우레'는 '하늘이 운다(鳴)'는 뜻에서 유래했다. '울다'의 어간 '울-'에 접사 '게'가 붙어 '울게'가 성립되고, 다시 '-ㄹ'아래에서 ㄱ이 탈락해 '울에'가 되는데, 여기서 앞글자 ㄹ받침이 뒷글자 첫소리에 붙어 '우레'가 된 것이다.

1988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한자어 '비 우(雨), 천둥 뢰(雷)'에 이끌려 '우뢰'를 표준어로 사용했었다. 우리 옛말인 '우레'가 한자어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으나 이제는 '천둥'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우레'가 살아나면서 한자어 '우뢰'는 표준말 자격을 상실했다.

참고로 천둥은 한자어 '천동(天動)'이 원말인데 호도(胡桃)→호두, 통소(洞簫)→퉁소, 장고(杖鼓/長鼓)→장구 등의 예에서 보듯 한자 모음 'ㅗ'가 'ㅜ'로 변해 우리말이 된 경우다. 세찬 비바람 뒤에 오는 무서운 소리 '천둥'과 '우레'가 아름다운 창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말 바루기의 숙제도 안겨줬다.

김준광 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010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89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651
1936 뒤처리 / 뒷처리 바람의종 2008.06.07 20286
1935 끊을래야/끊으려야, 뗄래야/떼려야, 먹을래야/먹으려야 바람의종 2008.06.05 9936
1934 금슬/금실, 사주단주/사주단자 바람의종 2008.06.04 10262
1933 안갚음 / 앙갚음 바람의종 2008.06.03 7361
1932 돌나물 바람의종 2008.06.02 7393
1931 임산부/임신부, 홑몸/홀몸 바람의종 2008.05.31 9654
1930 자장면 곱빼기 바람의종 2008.05.29 7867
1929 잊혀진(?) 계절 바람의종 2008.05.27 7580
» '우레'가 운다 바람의종 2008.05.25 7720
1927 들르다/들리다, 거스르다/거슬리다, 구스르다/구슬리다 바람의종 2008.05.24 12376
1926 괴나리봇짐, 쇠털, 괴발개발 바람의종 2008.05.23 9214
1925 늘이다 / 늘리다 바람의종 2008.05.22 7893
1924 "~대" 와 "~데" 바람의종 2008.05.13 9741
1923 해라體와 하라體 바람의종 2008.05.12 6626
1922 세금과 요금 바람의종 2008.05.11 5429
1921 겹말을 피하자(下) 바람의종 2008.05.10 6133
1920 겹말을 피하자(中) 바람의종 2008.05.08 5215
1919 겹말을 피하자(上) 바람의종 2008.05.06 6093
1918 "-읍니다""-습니다" 바람의종 2008.05.03 8241
1917 '매우''아주''몹시' 바람의종 2008.05.01 7655
1916 아이들밖에 없다 (밖에) 바람의종 2008.04.30 6179
1915 올인 바람의종 2008.04.29 73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