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혈단신, 이판사판
한자성어(2)
음력 5월을 대표하는 명절 단오. 수릿날이라고도 하며 여름을 맞기 전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다. 이날 남자들은 공터에서 황소를 놓고 씨름을 하고 여자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뛰기를 즐겼다. 이도령이 춘향을 만나게 된 것도 단옷날 그네 뛰는 그녀의 모습에 반해서였다. 춘향의 집을 찾은 이도령은 춘향과 백년언약을 하지만 아버지의 귀경으로 이별하게 된다. 이걸 알게 된 춘향모(母) 월매는 '내 딸 춘향이 상사병으로 원통히 죽고 나면 딸 잃고 사위 잃고 혈혈단신 이내 몸이 뉘를 믿고 산단 말인가. 남 못할 일 그리마오'하고 악을 쓴다. 이판사판이니 무슨 말을 못할까.
윗글에 나오는 혈혈단신(孑孑單身)을 '홀홀단신'으로 잘못 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혈혈(孑孑)은 고단하게 외로이 서 있는 모양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혈혈단신은 의지할 곳 없는 홀몸이란 뜻이다. '홀홀'은 물체가 가볍게 날리는 모양을 나타낸다.
이판사판(理判事判)도 '이판새판'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판사판이 맞는 말이다. 이판(理判)은 참선하고 공부하는 스님을, 사판(事判)은 절의 업무를 꾸려가는 스님을 뜻한다. 억불(抑佛)정책을 쓴 조선시대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마지막 신분 계층이 되는 것이므로 이판사판은 곧 막다른 데에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의미한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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