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자백
#1. 1912년 애인을 목 졸라 죽인 혐의로 한 남자가 기소된다.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지만 그는 범행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톱에서 피해자가 쓰던 분홍색 분가루가 묻은 피부 조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 취조실에 용의자와 두 명의 경찰이 있다. 한 명은 용의자를 마구 윽박지르는 나쁜 경찰이다. 또 한 명은 나쁜 경찰을 나무라며 부드러운 말로 용의자를 타이르는 좋은 경찰이다. 처음에 나쁜 경찰에게 시달린 용의자는 이후 들어온 좋은 경찰의 한마디에 설득되며 자신의 죄를 순순히 밝힌다.
현대 과학수사의 길을 제시한 법의학자 에드몽 로카르의 일화를 다룬 첫 번째 얘기와 경찰과 용의자 간 고도의 심리전을 보여 주는 두 번째 얘기에서 결국 범인들은 자신의 죄를 스스로 밝힌다. 이 경우 '자백'이란 단어가 어울릴까, 고백이란 말이 적합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백'으로 써야 한다. '자백'은 자기가 저지른 죄나 허물 등을 남들 앞에서 스스로 털어놓는다, '고백'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춰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한다는 뜻이다. 둘 다 털어놓는 것이지만 주로 상대방의 추궁이나 강요에 의해 이뤄지는 게 '자백'이라면 '고백'은 본인의 뜻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 차이가 난다. "달콤한 사랑 자백" "형사의 추궁에 범행 일체를 고백한 범인"이라고 쓰면 어색한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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