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다름 아니다
'장서표(藏書票)의 내용은 장서가의 직업, 취미, 세계관 등을 압축해서 표현해야 하므로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사람과 유리된 예술은 허상(虛像)에 다름 아니다. (후략)' '한창 피어나는 결식 청소년에게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은 밥이 아니라 사랑이요, 희망이며, 생명수에 다름 아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 식자(識者)층에서 많이 쓰는 칼럼이나 사설(社說)·논평 등 무게 있는 글에서 자주 보이는 이 문구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것이다. 이것은 '무엇은 무엇이나 마찬가지다'를 멋들어지게 표현하려고 한 것이나 어색할 뿐만 아니라 문법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는 서술어로 '다름이다/같음이다'를 쓰지 않고 '다르다/같다'를 쓴다. 이를 부정하는 말도 '다름 아니다/같음 아니다'가 아니라 '다르지 않다/같지 않다'이다. '다르다/같다'와 함께 쓰는 조사도 '에'가 아니라 '와/과'를 쓴다. 그리고 '견주어 보아 같거나 비슷하다'는 뜻으로 '다름없다'라는 훌륭한 단어가 있다. 따라서 '…에 다름 아니다'는 마땅히 '…와/과/이나 다름없다'로 바로잡는 것이 좋다.
한편 지엽적인 얘기를 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가거나 핵심을 얘기할 때 우리는 관용적으로 '다름 아닌' '다름(이) 아니라' 등을 쓴다. 이는 서술어가 아니라 뒤에 얘기하고자 하는 말을 앞에서 이끈다는 점에서 '…에 다름 아니다'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본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더 정확하고 알맞은 우리말을 살려 쓰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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