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떨구다
'바람이 산줄기를 타고 내리며 나뭇잎들을 떨구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최주사는 맥없이 고개를 떨구고 되돌아섰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아주 작게 말했다.'
'트럭 한 대가 속력을 떨구고 잠시 서행한다.'
'이 아이가 바로 내 아들이 떨구고 간 내 손자로구나.'
이렇듯 '떨구다'는 '아래로 떨어뜨리다, 힘없이 아래를 향하여 숙이다, 시선이 아래로 향하다, 값이나 속력을 낮추다, 뒤에 남겨 두다' 등의 뜻으로 문학작품이나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떨구다'는 표준말이 아니다. '떨어뜨리다'나 '떨어트리다'로 써야 맞다('-뜨리다'와 '-트리다'는 복수 표준어).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떨구다'를 '떨어뜨리다'의 잘못으로 다루고 있다. 다른 많은 사전도 방언이나 속어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고개를 떨구다, 눈물을 떨구다, 시선을 아래로 떨구다'처럼 '고개·눈물·시선' 등과 어울릴 때는 일반 사람들이 '떨어뜨리다'에 못지 않게 '떨구다'를 널리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일부 학자는 '떨구다'를 방언이나 속어에 묶어 두지 말고 표준말로 인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표준말을 정하는 원칙이 '우리나라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할 때 '떨구다'는 표준말로 정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은 '떨구다'가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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