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5.18 15:18

함함하다

조회 수 11002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함함하다

뭉툭한 몸집에 네 다리는 짧고 주둥이는 거의 돼지처럼 뾰족한 동물. 야생에서는 낮 동안 나무뿌리 밑이나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주로 밤에 활동하는 동물. 얼굴과 몸, 배와 꼬리, 네 다리를 제외하고는 날카로운 침 모양의 털 1만6천여개가 촘촘히 박혀 있는 이 동물의 이름은 고슴도치이다. 요즘 이 녀석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한다’는 속담에 볼멘소리로 대거리하는 이들이 있다. ‘고슴도치보다 못생긴 동물도 많은데, 왜 하필 속담의 주인공으로 삼느냐’는 것이다. 따져 보니 그렇다. 동물의 새끼들은 귀엽고 이파리도 애잎이 곱듯이 어린 생물은 다 예쁘지 않은가.

‘어버이 눈에는 제 자식이 다 잘나고 귀여워 보인다’는 뜻을 담은 속담은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이다. ‘함함하다’는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뜻이니 이 속담은 ‘털이 바늘같이 꼿꼿한 고슴도치도 제 새끼의 털이 부드럽다고 옹호한다는 뜻’이다.(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고슴도치-예쁘다’ 조합이 39만건으로, 원형인 ‘고슴도치-함함하다’ 조합보다 훨씬 더 많이 쓰인다.(구글 검색) 여기저기 두루 쓸 수 있는 ‘예쁘다’에 비해 ‘함함하다’의 쓰임이 털이나 머리카락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자설’(字說)에서 낱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문장을 읽어버리는 세태를 두고 ‘단어(字)의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 글귀(句)가 풀리고, 이를 통해 문장(章)을 파악해야 전체(篇)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글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낱말의 원뜻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속담 풀이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원 속담인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를 널리 써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28582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75441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0201
    read more
  4. 핼쑥하다, 해쓱하다, 헬쓱하다, 헬쑥하다, 핼슥하다, 헬슥하다

    Date2010.11.26 By바람의종 Views47364
    Read More
  5. 핸드폰, 휴대전화

    Date2008.11.19 By바람의종 Views6590
    Read More
  6. 핸드폰

    Date2008.12.12 By바람의종 Views7576
    Read More
  7. 해프닝

    Date2010.03.22 By바람의종 Views10529
    Read More
  8. 해장

    Date2012.07.23 By바람의종 Views13100
    Read More
  9. 해오라기난초

    Date2008.04.05 By바람의종 Views7926
    Read More
  10. 해오라기

    Date2009.05.17 By바람의종 Views8229
    Read More
  11. 해설피

    Date2010.05.31 By바람의종 Views14482
    Read More
  12. 해라體와 하라體

    Date2008.05.12 By바람의종 Views6604
    Read More
  13. 해거름, 고샅

    Date2008.10.11 By바람의종 Views7741
    Read More
  14. 핫어미와 핫아비

    Date2010.01.23 By바람의종 Views11534
    Read More
  15. 핫바지

    Date2007.04.24 By바람의종 Views7921
    Read More
  16. 핫도그와 불독

    Date2008.09.18 By바람의종 Views8708
    Read More
  17. 합하

    Date2007.09.20 By바람의종 Views8010
    Read More
  18. 합쇼체

    Date2010.03.18 By바람의종 Views11988
    Read More
  19. 합사, 분사

    Date2010.07.25 By바람의종 Views11835
    Read More
  20. 함흥차사

    Date2007.12.24 By바람의종 Views11678
    Read More
  21. 함함하다

    Date2012.05.18 By바람의종 Views11002
    Read More
  22. 함바집, 노가다

    Date2012.11.28 By바람의종 Views28715
    Read More
  23. 함께하다/ 함께 하다, 대신하다/ 대신 하다

    Date2009.03.29 By바람의종 Views14085
    Read More
  24. 할증료

    Date2007.10.26 By바람의종 Views7311
    Read More
  25. 할미새

    Date2009.12.04 By바람의종 Views979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