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3.16 07:24

혼신을 쏟다

조회 수 7514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혼신을 쏟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매미 소리가 방 안 가득히 들어찬다. 시원하다. 도시에서는 시끄럽다고 가끔 비난받기도 하지만 이 소리가 없는 여름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도시에서 흔히 만나는 녀석은 말매미와 참매미다. '쌔-'하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놈이 말매미고 '맴맴맴-맹'하고 길게 뽑는 놈이 참매미다. 매미들은 애벌레기를 땅속에서 보낸다. 암컷이 여름에 나뭇가지에 산란하면 알은 다음해 봄에 깨어난다. 애벌레는 나무 구멍에서 나와 허물을 벗고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부드러운 곳을 골라 파고들어간다. 나무뿌리가 있는 곳에 자리 잡은 녀석은 수액을 먹으며 살아간다. 참매미의 경우 5년을 땅속에서 견디고, 알에서부터 따지면 7년째 되는 해에 단단한 땅을 수액으로 부드럽게 만들어가며 파고 올라와 어른벌레가 된다. 이렇게 어렵게 어른벌레가 돼도 겨우 2주 정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 기간에 짝을 만나 다음 세대를 기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니 온몸을 바쳐 구애의 노래를 할 수밖에 없다. 매미만큼 절박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인간들도 가끔 온몸을 던진다.

선거철이면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각 당 대표들은 혼신을 쏟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와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이때의 혼신(渾身)이 바로 '온몸'이란 뜻이다. 그러면 '혼신을 쏟다'라는 게 바른 표현일까. 비유라 하더라도 온몸을 던질 수야 있겠지만 온몸을 쏟을 수는 없다. 이때는 '혼신의 힘을 쏟다' '혼신의 힘을 다하다'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91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68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494
2244 '이/가' '을/를' 바람의종 2009.03.27 5440
2243 트레킹, 트래킹 바람의종 2009.03.27 8521
2242 따 놓은 당상 바람의종 2009.03.27 7905
2241 치고박고 바람의종 2009.03.26 8045
2240 한번, 한 번 바람의종 2009.03.26 7503
2239 ~에 대해, ~에 관해 바람의종 2009.03.26 10615
2238 넌지시, 넌즈시 바람의종 2009.03.25 10865
2237 못지않다, 못지 않다 / 마지않다, 마지 않다 바람의종 2009.03.25 16469
2236 "못"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3.25 16066
2235 번지르한, 푸르른 바람의종 2009.03.24 7601
2234 저 버리다, 져 버리다, 처 버리다 쳐 버리다 바람의종 2009.03.24 22040
2233 과반수 바람의종 2009.03.24 8278
2232 주접떨다, 주접든다 바람의종 2009.03.23 18593
2231 웃긴, 웃기는 바람의종 2009.03.23 8182
2230 ~까지, ~조차, ~마저 바람의종 2009.03.23 11379
2229 추파와 외도 바람의종 2009.03.18 7754
2228 아니예요 바람의종 2009.03.18 6702
2227 가열차다, 야멸차다 바람의종 2009.03.18 11159
2226 상서롭다/상스럽다 바람의종 2009.03.17 27559
2225 떠벌리다/떠벌이다 바람의종 2009.03.17 10641
2224 넉넉지/넉넉치 바람의종 2009.03.17 14453
2223 나래, 내음, 뚝방길 바람의종 2009.03.16 805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