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26 09:32

여우비

조회 수 6779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여우비

꾀가 많은 여우는 어느 날 호랑이와 마주치자 살기 위해 머리를 썼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아느냐. 나를 따라와 보면 안다.' 호랑이가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 한번 해 보자, 그래.' 여우가 앞서 가고 호랑이가 뒤를 따랐다. 정말로 모든 짐승이 겁을 먹고 도망치고 있었다. 호랑이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여우는 한술 더 떠 호랑이와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랑이 옆에 있으니 무서울 게 없으니까(狐假虎威). 온갖 여우 짓으로 호랑이를 꾀어 드디어 결혼하게 된다. 사실은 그동안 여우를 짝사랑했던 구름이 있었다. 바보같이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우와 호랑이가 결혼하던 어느 맑은 날 구름은 애써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여우비'에 얽힌 얘기를 나름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여우비'란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 그치는 비를 말하며, 이런 날을 '여우 시집가는 날''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한다. '여우'는 잔꾀가 많아 매우 교활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 깜찍하고 영악한 계집아이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여우 중에도 '불여우'(붉은 여우)가 가장 꾀가 많다고 한다. '여우비' 외에도 여우볕·여우별이란 낱말이 있는 걸 보면 단순히 여우처럼 약삭빠름에서 붙여진 말인 듯하다. '여우비'가 생기고 나서 '여우 시집가는 날''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아름다운 말들이다. 우리의 풍부한 상상력과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들 정겨운 말을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5254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6911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5Jun
    by 바람의종
    2009/06/15 by 바람의종
    Views 6779 

    알아야 면장한다.

  5.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7128 

    세모, 세밑

  6.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9304 

    날염, 나염

  7.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9/06/11 by 바람의종
    Views 6705 

    선택사양

  8.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9/06/11 by 바람의종
    Views 8285 

    쿠테타, 앰플, 바리케이트, 카바이드

  9.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10785 

    달디달다, 다디단, 자디잘다, 길디길다

  10.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5879 

    셀프-서비스

  11.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09/06/01 by 바람의종
    Views 7623 

    날더러, 너더러, 저더러

  12.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09/06/01 by 바람의종
    Views 9415 

    그라운드를 누비다, 태클, 세리머니

  13.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9/05/31 by 바람의종
    Views 10892 

    주위 산만, 주의 산만

  14.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9/05/31 by 바람의종
    Views 6079 

    토씨의 사용

  15.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09/05/30 by 바람의종
    Views 5958 

    망년회(忘年會)

  16.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09/05/30 by 바람의종
    Views 9964 

    재원(才媛), 향년

  17. No Image 29May
    by 바람의종
    2009/05/29 by 바람의종
    Views 15231 

    여부, 유무

  18. No Image 29May
    by 바람의종
    2009/05/29 by 바람의종
    Views 14194 

    미소를 띠다 / 미소를 띄우다

  19.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09/05/28 by 바람의종
    Views 14039 

    눌은밥, 누른밥, 누룽지 / 눌어붙다, 눌러붙다

  20.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09/05/28 by 바람의종
    Views 10642 

    껍질, 껍데기

  21. No Image 26May
    by 바람의종
    2009/05/26 by 바람의종
    Views 11994 

    사열 받다, 사사 받다, 자문 받다

  22. No Image 26May
    by 바람의종
    2009/05/26 by 바람의종
    Views 6779 

    여우비

  23. No Image 25May
    by 바람의종
    2009/05/25 by 바람의종
    Views 11346 

    두루치기

  24. No Image 25May
    by 바람의종
    2009/05/25 by 바람의종
    Views 6127 

    대박

  25. No Image 24May
    by 바람의종
    2009/05/24 by 바람의종
    Views 10562 

    내지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