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14 17:37

군인의 말투

조회 수 5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군인의 말투

한국어는 꽤 복잡한 경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상대방의 지위 같은 사회적 우열에 기초한 말투의 층위가 있다. 보통 높은 격식을 차리는 딱딱한 표현을 ‘합쇼체’라 이르고, 좀 부드럽게 격식을 차리는 말투를 ‘해요체’라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대부분 해요체를 사용하면서 공식적인 일을 처리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리고 매우 친근한 관계에 있거나 압도적인 우위에 있을 경우에는 가장 편한 ‘반말’을 쓴다.

예부터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은 잘 알려져 있듯이 딱딱한 합쇼체를 쓰게 되어 있었다. 반면에 민간 사회에서는 날이 갈수록 모든 일의 진행이 ‘소프트하게’, 곧 유연하게 변화하면서 합쇼체보다는 해요체를 더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속칭 ‘다나까체’라고도 하는 이 합쇼체는 마치 군인 전용의 말투인 것처럼 인식된 면도 있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의 모의 군사훈련을 방영하면서 그 말투의 차이가 민간인들에게 크게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두 가지 말투의 병존 현상이 많이 극복될 것 같다. 이제는 군대에서도 ‘사석에서는’ 해요체를 인정한다고 하는 소식이다. 이리되면 공석에서는 합쇼체, 사석에서는 해요체, 두 가지의 양식으로 분화될 것이다. 그러면서 군대 사회의 말투와 민간 사회의 말투가 서로 다른 편차를 많이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막상 현역으로 근무하는 군인들한테는 공석이나 사석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볼멘소리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군복을 입고는 있지만 ‘군 복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공적 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며, 그래서 군 복무자들이 사사로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며 근무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는 면에서는 진일보한 변화로 맞아들일 수 있다. 이른바 ‘군대 생활’이라는 명분에다가 군인 신분의 ‘인신 구속’을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중요한 수확인 것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48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35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101
3344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575
3343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582
3342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585
3341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587
3340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588
3339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589
3338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594
3337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595
3336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595
3335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風文 2024.01.04 595
3334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599
3333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604
3332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605
3331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610
3330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610
3329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610
3328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610
3327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613
3326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613
3325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614
3324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616
3323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61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