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14 17:37

군인의 말투

조회 수 66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군인의 말투

한국어는 꽤 복잡한 경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상대방의 지위 같은 사회적 우열에 기초한 말투의 층위가 있다. 보통 높은 격식을 차리는 딱딱한 표현을 ‘합쇼체’라 이르고, 좀 부드럽게 격식을 차리는 말투를 ‘해요체’라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대부분 해요체를 사용하면서 공식적인 일을 처리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리고 매우 친근한 관계에 있거나 압도적인 우위에 있을 경우에는 가장 편한 ‘반말’을 쓴다.

예부터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은 잘 알려져 있듯이 딱딱한 합쇼체를 쓰게 되어 있었다. 반면에 민간 사회에서는 날이 갈수록 모든 일의 진행이 ‘소프트하게’, 곧 유연하게 변화하면서 합쇼체보다는 해요체를 더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속칭 ‘다나까체’라고도 하는 이 합쇼체는 마치 군인 전용의 말투인 것처럼 인식된 면도 있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의 모의 군사훈련을 방영하면서 그 말투의 차이가 민간인들에게 크게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두 가지 말투의 병존 현상이 많이 극복될 것 같다. 이제는 군대에서도 ‘사석에서는’ 해요체를 인정한다고 하는 소식이다. 이리되면 공석에서는 합쇼체, 사석에서는 해요체, 두 가지의 양식으로 분화될 것이다. 그러면서 군대 사회의 말투와 민간 사회의 말투가 서로 다른 편차를 많이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막상 현역으로 근무하는 군인들한테는 공석이나 사석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볼멘소리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군복을 입고는 있지만 ‘군 복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공적 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며, 그래서 군 복무자들이 사사로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며 근무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는 면에서는 진일보한 변화로 맞아들일 수 있다. 이른바 ‘군대 생활’이라는 명분에다가 군인 신분의 ‘인신 구속’을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중요한 수확인 것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518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62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826
3346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002
3345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003
3344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004
3343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009
3342 상석 風文 2023.12.05 1012
3341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1014
3340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1016
3339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017
3338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018
3337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018
333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020
3335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022
3334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023
3333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024
3332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025
3331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026
3330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028
3329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030
3328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031
3327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032
3326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1034
3325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03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