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돈 금반지
"가장 감동적인 것은 황금빛 찬란한 관 주변에 놓인 수레국화였다." 최근 단층촬영을 통해 미소년의 모습을 드러낸 투탕카멘을 처음 발견한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당시 140여kg의 황금관보다 왕비가 남편에게 바친 한 아름의 꽃다발에 눈길이 갔다고 회고했다. "세 돈짜리 금반지보다 너의 마음이 담긴 꽃반지가 좋아"라는 연인의 고백처럼 훈훈한 미소를 주는 이야기다.
이처럼 귀금속을 셀 때 '세 돈, 석 돈, 서 돈' 등 사람마다 '돈' 앞에 쓰는 말이 제각각이다. 치수를 재는 단위인 '자'도 '네 자, 넉 자' 등으로 혼용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 돈'이나 '네 자'라고 해서는 안 된다. 전통적인 수량 단위와 '세/네, 석/넉, 서/너' 등이 결합할 때는 특정 단어끼리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서/너'를 잘 쓰지 않는 옛 말투로 생각해 '세/네'나 '석/넉'으로 고쳐 쓰기도 하나 이 또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다. '돈, 말, 발, 푼' 앞에선 '서/너'를, '냥, 되, 섬, 자' 앞에선 '석/넉'을 쓰도록 규정돼 있다.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는 연금술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러한 작은 원칙부터 지켜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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