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지다
11월도 어느덧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 분야에서 한 해를 정리하는 시상식이 열리기 시작했다. 19일 대한민국영화대상이 예정돼 있는 등 문화.예술 분야의 시상식이 연말에 집중적으로 열린다. 시상식에서 사회자가 "누구에게 무슨 상이 주어지겠습니다" "부상으로 무엇이 주어지겠습니다"고 표현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주어지다'는 '주다'의 피동 형태이지만 '주다'에 대응하는 '받다'가 있으므로 어설픈 말이다. '때리다'에 대응하는 '맞다'가 있기 때문에 '때려지다'고 하면 어색한 것과 마찬가지다. '받다'가 의미상 '주다'의 피동을 나타내므로 '주다' 아니면 '받다'가 돼야 한다. 따라서 "누가 무슨 상을 받겠습니다" "부상으로 무엇을 받겠습니다"고 해야 한다.
이처럼 어법에 어긋나는 '주어지다'가 거리낌 없이 쓰이게 된 것은 영어 'give'의 수동태인 ''be+given''을 '주어지다'로 단순 번역한 때문이다. '주다'에 맞서는 말인 '받다'가 있으므로 '받다' 형태로 해야 우리말 체계에 맞다. 요즘은 '주어지다'가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마구 쓰이고 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맡은 일을~),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등처럼 아무 데나 사용하고 있다.
시상식에서는 상이나 부상을 '주다' 아니면 '받다' 둘 중 하나로 표현해야 한다. 다른 낱말이 어울리는 자리에는 '주어지다'를 사용하지 말고 적절한 표현으로 바꾸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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